이 책을 기획하며 떠올렸던 말은 “우리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고통을 받지만 모두가 억압을 받는 것은 아니며 억압의 정도가 균등하지 않다”는 벨훅스의 말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은 어떤 식으로든 성차별적 언행과 성별위계적 일터의 관행, 매일 같이 보도되는 데이트폭력, 불법촬영, 여성을 향한 폭력과 여성들의 분노에 응답하지 않는 사법정의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겪는 억압은 모든 면에서 완전히 같지는 않으며 우리가 느끼는 고통 또한 서로 다를 것입니다. 이는 여성으로서 우리의 요구도, 정치화를 위한 전략도, 해방의 비전도 각기 다를 것임을 암시합니다. 여성으로서 겪어 온 우리의 경험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언어화하는 일은 중요한 변화의 첫걸음이자 페미니즘의 귀중한 자원입니다. 한때 페미니즘 운동이란 각자가 상처입은 자리에서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경험을 넘어서는 페미니즘 이론 고유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샬롯 번치는 이론이란 그저 사실들의 집합체거나 개인적 의견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유용한 지식과 경험에 기반 한 설명과 가설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론은 우리의 경험과 관점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그러한 ‘대안적 지식’에서 나온 이론은 다시 우리의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아야 할지 통찰력과 언어를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이 글들은 모두 2018년 겨울,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진행된 겨울강좌의 내용을 다듬어 옮긴 것입니다. 한우리, 김보명, 나영, 황주영은 서로의 수업에 참여하고 미완성의 글들을 돌려 읽으며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또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여러 질문을 던져주신 수강생 분들로부터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은 패트리샤 힐 콜린스의 말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행위는 청자를 필요로 하며, 그러므로 관계를 형성하기 마련”임을 다시금 일깨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목소리를 내는 일은 그 자체로 완결된 행위가 아니라 듣는 이를 통해 비로소 완성되며, 이는 둘 사이에 새롭고 다른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Contents
여는 글_한우리
1. 교차로에 선 여자들, 1968년, 미국_한우리
2. 공백으로부터, 아래로부터, 용기로부터 시작하는 페미니즘, 교차성_김보명
3. 페미니즘과 퀴어, 그리고 적녹보라 패러다임_나영
4. 여자인 동물과 동물인 여자: 종차별주의를 넘어 교차성으로_황주영
Author
한우리,김보명,나영,황주영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젠더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해 동대학원 여성학 석사,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에서 Gender and Women’s Studies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부산여성가족재단 자문위원이며, <페미니즘, ‘사회적인 것’의 위기를 향한 응답>(2020), 《경계 없는 페미니즘》(2019, 공저) 등을 쓰며 한국 여성학 연구에 힘쓰고 있다.
구체적인 연구 관심사는 페미니스트 역사와 시간성, 그리고 인종정치학을 포함한다. 최근 한국사회의 페미니즘 재부상에 대한 연구논문들을 작성하였으며 페미니스트 이론과 실천이 갖는 사회문화적 함의에 대한 질문들을 탐색중이다. 발표한 논문으로 [페미니즘 정치학, 역사적 시간, 그리고 인종적 차이], [혐오의 정동경제학과 페미니스트 저항] 등이 있다.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젠더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해 동대학원 여성학 석사,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에서 Gender and Women’s Studies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부산여성가족재단 자문위원이며, <페미니즘, ‘사회적인 것’의 위기를 향한 응답>(2020), 《경계 없는 페미니즘》(2019, 공저) 등을 쓰며 한국 여성학 연구에 힘쓰고 있다.
구체적인 연구 관심사는 페미니스트 역사와 시간성, 그리고 인종정치학을 포함한다. 최근 한국사회의 페미니즘 재부상에 대한 연구논문들을 작성하였으며 페미니스트 이론과 실천이 갖는 사회문화적 함의에 대한 질문들을 탐색중이다. 발표한 논문으로 [페미니즘 정치학, 역사적 시간, 그리고 인종적 차이], [혐오의 정동경제학과 페미니스트 저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