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본부의 뒷산으로 올라갔다. 히노하라 시게아키 선생님은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를 목표로 했지만, 안타깝게 2년을 남겨두고 올여름에 돌아가셨다. 놀라운 것은 사망 3일 전에 기적의 테너 가수 배재철 씨의 콘서트를 히노하라 시게아키 프로듀스로 실현시킨 것이다. Lattice의 취재에서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2005년. 그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이다.
하루에 의(醫)의 사이언스를 8시간,
의(醫)의 아트를 16시간.
의사는 잠자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
산길을 오르며 김소월의 시를 떠올렸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ㅡ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평창이 속한 강원도는 북한과 맞닿아 있다. 영변은 북한 평안도의 지명이며 현재는 핵 개발 시설이 집중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영변의 약산은 몸에 좋은 약초와 물이 풍부해서 유래된 이름이며 의서(醫書)로서는 유일하게 세계기록유산인동의보감의 실천의 장이었다. 산꼭대기에서 영변의 약산을 상상해보니 사이언스의 악용(핵개발시설)이 의(醫)의 아트(약산)를 짓밟는 듯하다. 북한에 인연이 있는 히노하라 선생님은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