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세상에 나온 『O 이야기』는 프랑스 현대문학에 큰 충격을 주었다. 포르노그라피가 발에 채일 정도인 오늘날에도 결코 온건하게 보이지 않는 이 작품이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 세상이 발칵 뒤집혔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출간 이듬해, 저자의 정체가 오리무중임에도 불구하고 가능성 있는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한 ‘되 마고 상(Prix des Deux Magots)’을 수상하면서 일약 화제가 된 이 소설은 여러 지식인들로부터 극단으로 갈리는 평가를 받았다. 프랑수아 모리악은 “구토를 불러일으킨다”고 악평한 반면, 조르주 바타이유와 그레엄 그린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애초 이 작품이 논란의 대상이 된 데엔 과격한 성애장면들도 문제지만, 그 속에서 드러나는 여주인공 O의 태도 자체가 큰 몫을 차지했다. 자기해체에 이를 정도로 남성의 욕망에 몰입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놓고, 당대 페미니스트들의 반발이 거세었으리라는 점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남성중심주의적인 망상의 극악무도한 경지로 지목되면서, 여성으로서의 성적 존엄성을 철저히 배반한 소설로 치부되기도 했다.
오죽하면 주인공을 지칭하는 O라는 이니셜이 ‘물건(오브제objet)’이나 ‘구멍(오리피스orifice)’에 대한 암시일 수 있다는 혐의가 제기될 정도였다. 훗날 저자임을 스스로 밝힌 도미니크 오리는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더없이 간명하게 피력했다. “글쎄요… 제가 아는 건, 그 소설의 모든 것이 저 개인의 순전한 환상이라는 사실입니다. 남성중심이든 여성중심이든 그런 건 상관하지 않아요… 그 속에 실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세상 그 누구도 O와 같이 다루어지는 걸 견뎌낼 사람은 없지요. 모든 것이 저의 사춘기부터 존재해온 환상일 뿐입니다.”
2012년 3월 《타임》지가 존 업다이크의 『부부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 등과 함께 ‘가장 짜릿한 소설 베스트 10(Top 10 Racy Novels)’으로 선정한 작품이기도 한 『O 이야기』는 영역본으로만 이미 3백만 부 판매를 넘어섰다. 따라서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 이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읽힌 프랑스 현대문학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