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을 바탕으로 한 프랑스의 그래픽노블 『콩고』(2013)는 암흑의 핵심을 파헤치는 [말로], 즉 조지프 콘래드의 눈으로 콩고를 바라본다. 역사적 인물을 주로 다루는 만화 시나리오 작가인 크리스티앙 페리생이 글을 쓰고, 만화가인 톰 티라보스코가 목탄을 이용해 아프리카를 더욱 강렬하게 표현하였다. 『콩고』는 거대하며 길고 긴 매혹적인 뱀 같은 콩고로 떠나는 콘래드의 뒷모습부터 시작해 그가 마음과 몸에 커다란 상처를 안고 영국으로 돌아오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이때는 소설을 발표하기 전인 1890년이며 콘래드는 그의 실제 이름인 콘라트 코르제니오프스키로 등장한다.
일거리를 찾아, 그리고 어린 시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콩고에 간 콘래드는 탐욕스럽고 살기등등한 식민주의자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는 충격을 안고 돌아온다. 하지만 그는 제국주의라고 하는 일차적인 사상, 곧 멀리 떨어진 영토와 그곳에 원래 살던 원주민들을 복속시켜야 하는 필요성을 양심의 의무 차원에서 문제 삼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다른 식민지 정착자들과는 달리 그는 적어도 자선을 내세우는 제국주의란 사실 유토피아에 불과하다는 점만은 충분히 깨달았다.
상업적인 이익만이 우선하며, 맹목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서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 가장 지탄받아야 할 것은 천하의 괴물 같은 쿠르츠의 태도가 아니라, 더 많은 상아를 얻기 위해 처음부터 그가 택한, 원주민을 착취했던 방법을 잘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한 사장을 비롯한 다른 모든 사람들의 태도라고 콘래드는 말한다. 쿠르츠가 쓸모없는 인간이 되자 비로소 사람들은 그의 방식이 건전하지 못했으며, 그는 비겁한 자라고 비난한다. 쿠르츠는 버리지만 그가 보장해 주던 상아마저 버리지는 않은 것이다. 유럽 전체가 쿠르츠라는 괴물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했다는 콘래드의 결론엔 그러므로 깊은 통찰력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