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부터 대학교수까지, 자영업자부터 코로나 전문가까지,
작가, 변호사, 재외국민까지, K-방역에 불만 있는 사람들이 다 모였다.
집에 물이 샌다고 가정해보자. 수리하기 위해 누구를 불러야 하겠는가? 우리는 배관공을 부르지, 전기기술자를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특정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의 손길을 빌려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종식할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해결책은 감염병과 백신 개발 분야의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모든 전문가들이 백신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권할 때, ‘백신’ 대신 ‘국산 치료제’에 무게를 실었던 정부는 ‘백신’ 도입의 중요한 시기를 놓쳤다. 박능후 전 장관은 2020년 11월 화이자나 모더나의 예방 유효율이 90% 이상이라는 임상시험 결과가 이미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인이 되었음에도 “조급하게 굴지 않는다”라고 태연하게 말해, 백신 확보의 중요한 시기에 판단을 잘못 내림으로써 많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
이뿐인가. 기모란 교수는 예방의학전문의임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차단의 기본 원칙인 외부유입을 막는 것에 반대하며, “외부유입 차단은 지역사회 확산 방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말을 했다. 심지어 백신 도입에 대해서는 “화이자라는 회사의 마케팅에 우리가 넘어갈 이유가 없다”는 말에 맞장구를 치며, 백신 도입을 지연시켰다. 백신만 좀 빨리 들어왔더라도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목숨을 내던지지 않았을 것이다. 자영업자 학살의 주범은 어쩌면 K-방역인지도 모른다. 비전문가나 양심을 저버린 전문가들이 코로나 방역처럼 중차대한 국가 업무의 수장을 맡을 때 어느 정도까지 나라가 망가질 수 있는지 잘 드러나는 사례이다.
그런데 정부는 여러 방역 허점을 관리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왜 책임을 묻지 않는가? 왜 K-방역이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하는가? 의학적 근거 없이 거리두기 단계를 정하거나,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기 전 응급의료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시행하는 등 땜질식 대책을 남발하고 있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기 전, 확진자 5,000명 정도는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그러나 3,000명 발생 시점부터 의료 체계는 이미 포화상태다.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생각보다 현장은 훨씬 더 심각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실패를 철저히 분석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코로나19 현장이 어떤지 알아야 하고, 정부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살펴야 하며,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보고,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이 책에 그 답이 있다.
Contents
서문
1부: 코로나 팬데믹, 험난한 역경 극복의 현장
코로나19가 앗아간 지난 2년의 기록 / 원정현, 홍예솔, 이형기
온몸으로 물리쳤던 2020년 봄 대구 코로나19가 준 교훈 / 이재태
K-방역의 직격탄에 쓰러진 소상공인 / 배훈천
학교에서 K-방역은 성공했을까? / 유영찬
2부: K-방역, 빛과 그림자
K-방역의 의학적 근거는 얼마나 튼실했나?: 코로나로 무너진 대한민국 응급의료 / 권인호
코로나 백신 확보, 못 한 것인가, 안 한 것인가? / 이형기
K-방역에 명멸한 전문가들 / 서민
K-방역에서 질병관리청의 역할과 한계 / 정기석
백신 확보의 실패는 기본권인 국민생명권을 침해한 헌법위반이다 / 신평
방역이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 임무영
3부: 코로나 팬데믹, 각 나라의 대응은 어떻게 달랐는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 한국과 미국의 방역 대책 비교 / 윤주흥
K-방역 vs J-방역, 누가 잘했나?: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 대응 비교 / 장부승
한국은 성공했고, 영국은 실패했나?: 한국과 영국의 코로나 대응 비교 / 윤영호
스웨덴은 재평가돼야 한다 / 이덕희
K-진단의 명과 암 / 박승민
4부: 공저자 대담
K-방역은 과연 존재했나?
Author
이형기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분자의학및바이오제약학과, 의과대학 임상약리학교실,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품국(US FDA) 객원 연구원, 조지타운 의과대학 및 피츠버그 의과대학 조교수,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약학대학 부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 《FDA vs. 식약청》, 《잊지 말자 황우석》, 《신화의 추락, 국익의 유령》(공저), 《제약의학개론》(공저), 《Preclinical Drug Development》(공저), 《바이오의약품 시대가 온다》(공저), 《K-방역은 없다》(대표 저자)가 있다.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분자의학및바이오제약학과, 의과대학 임상약리학교실,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품국(US FDA) 객원 연구원, 조지타운 의과대학 및 피츠버그 의과대학 조교수,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약학대학 부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 《FDA vs. 식약청》, 《잊지 말자 황우석》, 《신화의 추락, 국익의 유령》(공저), 《제약의학개론》(공저), 《Preclinical Drug Development》(공저), 《바이오의약품 시대가 온다》(공저), 《K-방역은 없다》(대표 저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