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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앞뒤가 없는 걸 알게 된 건 언제였어? 후쿠시 치히로 만화 전권 동시 발매!

─도쿄에서 활동하는 만화가 후쿠시 치히로를 국내 최초로 소개합니다!─
후쿠시 치히로는 도쿄에서 활동하는 만화가로, 2012년부터 틈틈이 만화책을 발간하고 동인 활동 및 여러 전시회에 참여해 왔습니다. 그의 책을 펼치면 90년대 비디오 게임과 소년만화 속 인물, 동물, 사물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들이 페이지 곳곳에서 튀어나옵니다. 다들 놀이나 탐험에 진지하게 열중해 있고,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후쿠시 치히로의 만화가 주는 첫 느낌은 한마디로 신선한 당혹감입니다. 매 페이지 내용이 거의 이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읽어도 어떤 줄거리라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귀여운 캐릭터 간에 뭔가의 싸움이 벌어지는 줄 알았는데, 다음 페이지에선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집니다. 마치 온라인 게임 서버의 운영자(GM)가 되어 세계의 이곳저곳을 마우스로 클릭해 관찰하듯, ‘이야기’라기보단 세계 속의 다양한 캐릭터의 활동이 페이지마다 보여지는 느낌입니다. 처음 플레이하는 게임 속을 걷다가 ‘아 뭔가 알 것 같아’라고 느끼는 그런 순간이 한 권의 책마다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대부분 이름을 알 수 없는 판타지 세계 속이지만, 때로는 후쿠시 치히로가 방문한 도쿄의 근교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이런저런 탐험, 놀이, 대화나 혼잣말을 매 페이지 넘기며 보다 보면, 대도시에서 파트타이머이자 젊은 여성, 만화가로 살아가는 작가의 일상의 파편이 은연중에 스며들어 옵니다. 성장을 위해 설계되어 있지만, 그 주변적 플레이에 마음이 가는 세계, 작가가 생활하는 도쿄와 그림으로 그려낸 세계 사이의 공통점입니다.

원서는 말풍선이나 효과음 모두 그림처럼 손으로 그려져 있어 독특한 화면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한국판에서는 작가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6명의 아티스트, 디자이너가 효과음을 하나하나 그렸습니다. 한 권을 다 읽어도 뭔가 다 알지 못하는 것 같고,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운 장면을 발견하는 이상한 경험, 후쿠시 치히로가 만든 세계를 여러 번에 걸쳐 구경하게 될 겁니다. 즐거운 산책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