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 강단에 서기 전, 나는 영국 노팅엄 대학에 개설된 로렌스 전공 석사과정에서 로렌스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후 런던 대학에서 로렌스와 현대 문화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마쳤다.
이 책은 로렌스 전공자로서 필자가 그동안 학술지에 발표한 한글 논문과 번역서에 대한 해설, 그리고 미발표 원고들을 정리, 보완하여 엮은 것으로, 지금까지 연구의 결산이다. 소설과 수필, 시, 희곡, 서간 등 문학의 여러 장르에 걸친 방대한 글쓰기를 통해 창조력을 발산했던 작가이자 사상가였던 로렌스에 대한 나의 연구의 기본적 방향은 사상사적, 전기적(傳記的)인 접근법이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로렌스의 생애에 대한 측면과 그가 살던 시대와 문화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특히 1차 대전을 전후한 영국과 독일, 유럽의 역사적, 문화적 상황이라는 맥락 속에서 로렌스가 고민하고 발언하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던가를 고찰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하지만 이 책은 D. H. 로렌스에 대한 나의 첫 저서이자 고별사이다. 약 10년 동안 한국 대학에서의 강의와 연구 생활을 끝내고 이제는 번역회사 대표이자 프리랜서로서의 새 삶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언젠가 그에 관한 글을 쓰게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영어로 쓴 지난 글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묶을 날도 기대한다. 그러나 로렌스라는 사람과 그의 글에 대한 ‘학술 논문’은 이제 그만 쓰려고 한다. 로렌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진솔한 그의 마음을 읽으려면 소위 ‘학술적’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껴왔다. 아니, 오히려 방해가 된다. 필자는 이제 프리랜서 즉 ‘자유편력기사’로서 보다 자유로운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Contents
책을 내면서
이 책에서 언급된 로렌스의 저서 및 출간 연도
D. H. 로렌스의 자전적 수필과 삶
D. H. 로렌스와 케임브리지-블룸스베리 써클
로렌스와 러셀의 정치관: 1915년 그리고 이후
D. H. 로렌스와 『채털리 부인의 연인』
『채털리 부인의 연인』에 대한 리비스의 입장에 관하여
유럽 문화의 위기와 D. H. 로렌스
니체와 로렌스: ‘권력에의 의지’의 역사
로렌스와 니체 재고: ‘권력에의 의지’ 개념을 중심으로
D. H. 로렌스의 죽음의 시들에 대한 신화-정신분석학적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