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당신이 알고 있는 세상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최근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챗지피티(ChatGPT)의 등장일 것이다. 챗지피티는 2016년 세계를 놀라게 한 ‘알파고’에 이어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한 학습형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궁금증에 대답해줄 수 있고, 소설이나 시를 지을 수도 있으며, 심지어 간단한 프로그래밍 등도 가능하여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의 스승이자 조언자’로서 큰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2016년 알파고에 이어 2022년 챗지피티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진화,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는 것과 동시에 동시에 이들이 우리를 능가하여 인류의 생사를 좌지우지하거나 인류를 노예로 부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영원한 삶의 소야곡』, 『시베리아 횡단 열차』, 『지옥의 전설』, 『경복궁의 유령』 등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상상력으로 꾸준히 작품 세계를 쌓아올린 권오형 작가의 신작 『AI 시대』는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인공지능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본능적인 두려움을 영혼과 지옥이 실존하는 판타지 분위기의 배경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평범한 노인인 ‘나’가 지하철역의 대형 거울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환상의 이세계(異世界) ‘깡통지옥’에 빠져들게 되는 도입부는 괴담 마니아들에게는 친숙한 설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가지게 된 인공지능에게 영혼의 유사품(類似品)이 생겨나, 그들의 영혼을 위한 저승이 따로 존재하며, 인공지능 영혼들이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귀신과 그림자의 탈을 쓰고 인간을 사냥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신선하고 독특하다. 특히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지옥과 인간을 사냥하는 인공지능 귀신, 인공지능 귀신의 노예가 되어 무한의 시간 동안 쉴 새 없는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인간 노예 등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주인공인 ‘나’와 함께 지옥 탐험을 하는 ‘황 선배’와의 밀고 당기는 감칠맛 나는 대화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속에서 끊임없이 주변과 자기 자신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손에 땀을 쥐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