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99세다. ‘내가 이 나이까지 살아있을 줄이야…’ 내가 생각해도 정말 놀랍다. 몸은 아흔아홉이지만 마음은 서른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겠지만 여러분도 내 나이가 되어보면 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나는 98세까지 이비인후과 병원장으로서 주5일 환자를 보았고 지금은 매일 예전 환자들의 전화 상담을 받고 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왔는데 내가 20대일 때는 결혼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었으므로 “왜 결혼하지 않아요?”라는 질문을 몇 번을 받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몇 살이 되든(99세라도) 혼자 사는 삶은 즐겁다고 말이다. 혼자 사는 삶에는 중독성이 있다. 한번 맛을 보면 그만둘 수 없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 밥을 먹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면 되니까 얼마나 편하겠어요. 부러워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면 나는 “그럼요. 그 말이 맞아요”라고 답할 것이다. 누구에게도 속박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 나는 내 의지로 이런 인생을 선택했으며, 그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죽을 고비도 여러 번이었다.
나는 꽤 오래 살고 있지만, 건강에 신경 쓰며 살진 않았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듯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은 적도 없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야말로 ‘어떤 이유에서인지 죽지 않는’ 상황이다. 99살이라고 하면 필연적으로 죽음이 눈앞에 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죽을 것 같지 않다. 주위의 친구나 지인들이 저승의 명부에 이름을 올려도 나는 아직 끄떡없다는 묘한 자신감이 있다.
아흔을 넘긴 나를 보고 어릴 적부터 건강했을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병약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가, 그때 림프선염이라는 병에 걸렸다. 폐에 있는 림프샘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아이들이 잘 걸리는 병이었다. 증상은 식욕부진, 발열 등인데 증상이 없는 아이도 있다. 그 후 열여덟 살에는 숨을 쉴 수 없게 되어 죽을뻔한 적이 있었다. 의식은 또렷한데 숨을 쉴 수가 없어서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입술도 보라색이 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숨을 들이마시려 해도 산소가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그때 곁을 지키던 소아과 의사 어머니가 순간적으로 캠퍼제를 가슴에 직접 주사해서 숨을 돌려놓았다고 한다. 팔에 주사를 놓으면 늦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 죽었더라면 불과 열여덟이라는 짧은 생이었다. 하지만 99세까지 살아있으니 인생은 알 수 없다. 여러분 중에서도 큰 병을 앓아서 ‘나는 오래 살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병약했던 사람일수록 오래 사는 것 같으니 아무쪼록 안심하자.
매일이 청춘
마음은 20대인 것
나는 어리광부리기를 좋아하고 지금도 질투를 한다. ‘매일이 청춘’이다. 마음은 20대인 것이다. “그 나이에 혼자 살다가 병에 걸리거나 더 늙어서 거동이 불편해지면 어쩌려고 그래요?” 어떤 이는 이렇게 묻지만, 앞날을 미리 걱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무책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매일 실천하고 있다. 남편이 있다 한들 남성은 여성보다 평균수명이 짧으므로 의지할 수 없다. 자식이 있다 한들 그들은 그들의 삶이 있다. 오해하지 않도록 여기서 중요한 점을 말해두겠다. 나는 단 한 번도 ‘오래 살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건강의 지키기 위해’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한 적도 없다. 식사도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것’이 나의 소신이며 건강을 위해 억지로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은 적이 없다. 하지만 기왕 먹을 거니까 맛있게 먹자고 생각해 방법을 궁리하긴 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장수로 이어졌을 수도 있겠다. 이 부분은 이 책에서 자세히 다루어보겠다.
Contents
들어가며
제멋대로 살아온 인생이었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제1장 불운이 행운이 되는 발상의 전환
병약했던 사람일수록 오래 사는 현실
뒤로 넘어져 10일간 입원 생활
역 정류장에서 넘어져 코피가 펑펑
미국 정부 관계자의 차에 치이다
나이를 먹어도 뼈가 튼튼한 이유
제2장 마음대로 사는 ‘맛있는 생활’
국내산 자투리 쇠고기가 삶의 활력
닭고기나 돼지고기가 더 잘 어울리는 요리도 있다
냉장고에 가득한 채소, 생으로 먹고 데쳐서 먹고
생선은 가시가 걸릴까 봐 먹지 못한다
따끈따끈한 밥에 버터를 얹으면 맛있는 한끼
껍질을 벗기는 과일은 귀찮아서 먹지 않는다
꽤 쓸만한 마트 할인 코너
밤에 잘 때는 입에 눈깔사탕을
규칙적인 생활은 한 적이 없다
담배와 술은 적당히 즐긴다
제3장 몸의 이상은 그만두라는 신호
시대에 맞서지 않고 스트레스를 흘려보낸다
엄지발가락에 내성 발톱이 생겨 괴로워한 날
98세이지만 혈액 검사를 하면 ‘이상 없음’
변비와 다리에 나는 쥐는 한약으로 고친다
급하게 먹으면 복통이 일어난다
건강보조식품은 절대 먹지 않는다
피부 보습을 소홀히 하면 후회한다
아무도 만나지 않는 날에도 화장을 한다
욕조는 노인의 사형집행대
제4장 99세에도 인생은 꽃길
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없으면 사는 의미가 없다
나이가 많아도 당당하게 살아간다
밥솥을 한 번도 씻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
물건 찾기에 지쳐 ‘벽에 고정’하는 방법을 생각해 내다
죽은 뒤에 할 일을 정하니 살 기운이 넘친다
외로워서 죽을 것 같다던 친구가 다른 사람이 된 이유
100세에 이루고 싶은 꿈이 눈앞에 다가왔다
제5장 스트레스는 씩씩하게 피한다
속마음을 감추고 그 자리를 넘긴다
“야, 이 나쁜 놈아!”하고 외치며 스트레스를 발산한다
말과 고양이로 힐링한다
안 좋은 일이 있는 날은 사극을 보며 시름을 잊는다
좋아하는 책과 만화로 기분 전환한다
혼자 떠나는 작은 여행이 좋다
제6장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
의사와 연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이유
병원 진료에도 연기가 도움이 된다
여의사를 싫어하는 환자도 있다
때로는 시어머니의 비위도 맞춰준다
인생은 예상치 못한 사건의 연속
화재경보기에 도움받는 날들
연극을 위해서라면 다이어트도 불사한다
제7장 전쟁만은 저세상에서도 반대한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전쟁의 추억
전쟁 중에 목격한 끔찍한 현실
전쟁 중에는 매일 ‘폭탄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했다
연극으로 원자폭탄의 참혹함을 표현하다
전쟁은 인간을 미치게 한다
Author
산조 미와,오시연
192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여자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84년, 고탄다역 근처에 산조이비인후과 클리닉을 개업했다. 40년 가까이 원장으로 일해왔지만 2022년 어쩔 수 없이 병원 문을 닫았다. 지금은 예전 환자들과 전화 상담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애칭은 ‘마녀’. 인생 모토는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이다.
192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여자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84년, 고탄다역 근처에 산조이비인후과 클리닉을 개업했다. 40년 가까이 원장으로 일해왔지만 2022년 어쩔 수 없이 병원 문을 닫았다. 지금은 예전 환자들과 전화 상담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애칭은 ‘마녀’. 인생 모토는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