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문예지로 활동을 시작한 최민우의 첫 시집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가 타이피스트 시인선 005번으로 출간되었다. 최민우 시인은 이번 시집 출간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신인이다. 청년 세대의 현실을 독특한 유머로 비틀면서, 인디 문화와 결합된 시편들이 겹겹의 모순과 괴리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경쾌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최민우의 시는 슬픔에 쉽게 매몰되지 않는다. 나와 타자 사이를 오가며 하나의 소시민적 믿음으로써 슬픔을 벗어나게 하고 우리를 다음 장면으로 나아가게 한다.
최민우는 마침내 해야 하는 ‘단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자신과 세상을 동일화시키지 않고 몇 걸음 떨어져 관찰한다. 누구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비닐우산을 챙길 적에 그리스와 리비아는 폭우가 덮쳐 사람들이 떠내려”(「정체성」)가고 있었던 것처럼, 일상에서 수행하는 행위들에서 모종의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또다시 하루하루를 감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해설을 쓴 최선교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여기에서 신의 구원이나 회심은 찾기 어렵다. 신 역시 이런 세계에서 자신이 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이행하지 않는 자의 죄를 가진 것이다. 신과 우리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 그렇게 시인은 신의 세계를 비틀어 유머를 연마하며 사랑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자이다.
Contents
1부 양지 바른 곳에 묻혀 풍경이 되는 게 낫다
소시민/ 폭설 여름/ 정체성/ 첫인상 페스티벌/ 롱숏/ 고라니 특공대/ 페퍼로니/ 길티 플레저/ 얼룩말이 비틀즈를 듣는 상상/ X맨이 분명합니다/ 풍경을 5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 2021 지하철 시민 창작 詩 공모전/ 날씨 좋을 때 꺼내 보는 메모/ 스테인리스 비누/ 정결
2부 이상한 다큐멘터리들을 너무 오랫동안 보았다
타로 카드/ 팝콘 좀비/ 남긴 우유들만 가는 천국/ 튤립 축제/ 폐건물 서커스/ 화목원/ 딱지 펭귄/ 디지털 방충망 세계/ 발레는 불타지 않는다/ 테라포밍/ 행렬을 앞지르는 키링/ 안드로이드 이카루스/ 플라타너스 잎으로 만든 튀김/ 창백한 푸른 점
3부 물방울처럼 맑게 터진다면 좋겠다
태움/ 자기혐오자/ 아트시네마/ 몸으로 말해요/ 메모리얼 스톤/ 물총놀이/ 맑게 터지기/ 겨울 팔레트/ 동화 만드는 법/ 오늘의 뉴스/ 입맞춤으로 밀봉한 편지/ 부재중/ 신청곡은 Shugo Tokumaru(トクマルシュ? コ?)-Hora/ 달빛으로 자란 검은 나무
4부 당신의 기분을 책임져 드립니다
산타가 울면서 말해서/ 찾아가는 라디오/ 우아한 쇠퇴/ 큐레이터/ 겟세마네/ 낙엽을 쥔 사람들/ 나는 너를 잊지 아니 할 것이라/ 재활용품 재활용 위원/ 두상 교정 헬멧/ 이어서 쓴 시/ 망치를 들고 있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음악 작업 방송/ 누가 너를 내게 보내 주었지?/ 태풍과 카레
해설_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최선교)
Author
최민우
2021년 웹진 《아는사람》에서 에세이 「20세기 아는 사람」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전자양을 즐겨 듣는다.
2021년 웹진 《아는사람》에서 에세이 「20세기 아는 사람」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전자양을 즐겨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