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과 분쟁의 땅에서 희망을 보는 박노해
★ 아련하고 애틋하고 먹먹한 가족을 담은 주명덕
★ 뉴욕의 시궁창에서 인습을 타파한 윌리엄 클라인
★ 웃픈 일상이 내뿜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어윈 올라프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평화를 기다리는 예브게니 말로레카
★ 화가 장욱진부터 소설가 김승욱까지,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한 강운구
“당신이 뉴욕에 산다면 멋질 거예요!” 미국 사진작가 윌리엄 클라인은 1956년 자신의 사진집 『뉴욕』에 그렇게 적었다. 하지만 사진집을 열어보면 전혀 다른 장면들이 펼쳐진다. 이 책의 표지에 실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처럼 고독한 풍경은 아니다. 시궁창에 처넣고 싶은 구깃구깃한 사진들이다. 그의 사진집을 본 뉴요커들은 “이건 뉴욕이 아냐, 쓰레기야”라고 이구동성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파리지앵은 그의 사진에 매료되었다. 도대체 사진이 뭐길래 사진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 극명하게 차이가 날까?
사진은 시간을 멈추게 하는 마법이 있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초월해 과거의 순간들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 그 과거의 순간에는 삶의 풍경들이 오롯이 담겨 있어 우리는 지나간 추억과 만날 수 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사진은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나가는 순간을 영구적으로 기록한다. 도로시아 랭은 “사진은 내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사진은 언어의 한계를 넘어선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생각을 담아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때로는 사진의 어떤 장면은 초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롤랑 바르트는 “사진은 언어의 생략이며, 사회적인 ‘말로 표현될 수 없는’ 모든 것들의 압축”이라고 말했다. 사진에는 없는 게 많다. 목소리, 향기, 맛, 감촉, 움직임 등이 없다. 오직 한 줄기 빛뿐이다. 어떤 빛은 사진이 현상되는 것처럼 마음 깊숙한 어딘가에 강렬하게 들러붙으며 파장을 일으킨다. 누군가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흔적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은 늘 무언가 부족하다. 좋은 사진일수록, 즉 상상의 여지가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이 큰 사진일수록 울림의 파장은 증폭된다. 그래서 사진은 사라지는 것들에 맞선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진의 가장 큰 힘이다.
김창길의 『당신이 뉴욕에 산다면 멋질 거예요』는 세계적으로 이름이 난 사진작가 18명에 대한 오마주다. 사진은 무엇을 말해주면서 말해주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는 것이 사진이다. 사진은 씨줄과 날줄처럼 과거와 현재를 엮어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와 진실을 보이게 하고 말하게 하기 위해 사진과 말을 연결했다. 거기에 문학적 상상력을 활용해 사진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독자들은 사진작가 18명의 사진들을 통해 삶의 풍경을 관통하는, 기억과 마음을 응시하는 인문학적 에세이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제1장 ‘시간과 겨루기에서 슬프지 않은 것은 없다’에서는 가난과 분쟁의 뿌리와 지문을 찾는 박노해, 붉은 피가 흥건히 물들고 있는 분쟁의 땅 이스라엘에서 희망을 찾는 이정진, 목숨을 걸고 러시아의 만행을 기록한 예브게니 말로레카, 코로나19 시기 웃픈 일상에서 불안과 공포를 체험한 어윈 올라프, 지구 위의 유토피아인 후터라이트에서 다른 삶을 찾은 팀 스미스, 백인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인디언들의 문화를 복원한 에드워드 커티스, 오롯이 가족사진을 찍은 1세대 작가주의 사진가 주명덕, 문인과 예술인의 얼굴을 찍기 위해 발품을 마다하지 않는 강운구, 아직도 털보 산장지기와 반달곰을 찾는 김근원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제2장 ‘기억은 비탈진 골목길에 닻을 내리고 있다’에서는 타이가를 누비며 솔로베츠키의 겨울을 사냥하는 펜티 사말라티,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베를린을 댄디하게 산책하는 울리히 뷔스트, 부산 사람들도 몰랐던 부산을 기록한 박종우, 도발적인 시선으로 ‘맨얼굴 뉴욕’을 포착한 윌리엄 클라인, 한국의 산업 풍경들을 수집한 조춘만, 사라진 집에 대한 어떤 기억들을 남긴 강홍구, 디지털 시대에 대형 필름 카메라로 하얀 땅과 검은 하늘을 기록한 김승구, 살과 피와 뼈가 없는 유령을 찾아 나선 김신욱, 사진의 경계를 지운 호모 포토쿠스 황규태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
Contents
책머리에 : 이야기의 힘 - 6
제1장 시간과 겨루기에서 슬프지 않은 것은 없다
천 년의 올리브나무 아래 | 박노해의 사진 - 19
이름 없는 길에서 야수가 포효하다 | 이정진의 사진 - 31
그들도 평화의 장면을 기다린다 | 예브게니 말로레카의 사진 - 43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가? | 어윈 올라프의 사진 - 57
저 높은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 팀 스미스의 사진 - 69
머리 사냥꾼들의 땅에 드리워진 그림자 | 에드워드 커티스의 사진 - 83
금을 캐는 아버지와 예쁜 딸이 살았네 | 주명덕의 사진 - 99
시대의 초상들, 시간의 문을 열다 | 강운구의 사진 - 113
털보 산장지기와 반달곰을 찾아서 | 김근원의 사진 - 125
제2장 기억은 비탈진 골목길에 닻을 내리고 있다
늙은 사냥꾼의 겨울 동화 | 펜티 사말라티의 사진 - 141
베를린을 댄디하게 산책하는 방법 | 울리히 뷔스트의 사진 - 155
부산 사람들도 몰랐다 | 박종우의 사진 - 169
뉴욕의 시궁창에서 비밥을 연주하다 | 윌리엄 클라인의 사진 - 183
그가 셔터를 누르면 골리앗이 바다를 유영한다 | 조춘만의 사진 - 197
사라진 집에 대한 어떤 기억들 | 강홍구의 사진 - 209
검은 하늘과 하얀 땅 | 김승구의 사진 - 223
보물섬을 떠도는 유령들 | 김신욱의 사진 - 235
호모 포토쿠스, 사진의 경계를 지우다 | 황규태의 사진 - 247
참고문헌 - 261
Author
김창길
사회학을 전공했다. 사진은 대학 교양 선택수업을 통해 배웠다. 수강 직후 운 좋게 실전에 써먹을 기회가 생겼다. 작은 잡지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사진을 찍었다. 간단한 기사들도 썼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당시 유행이던 해외 배낭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졸업을 앞두고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이 하는 직종이었다.
2003년 사진기자가 됐다. 사진기자는 1년에 한 번쯤은 큰 사건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그 기회를 잘 포착하면 한국 보도사진 역사에 자기 사진 한 장을 남기게 된다. 선택된 한 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낙종인 것이다. 2011년 11월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한 국회의원이 본회의장 의장석에 최루탄 가루를 살포했다. 문 틈 사이로 보이는 최루탄 살포 장면을 포착했다. 「국회묵시록」이라는 제목을 단 사진은 제48회 한국보도사진전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일하고 있다.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사진 칼럼 [김창길의 사진공책]을 연재하고 있다.
사회학을 전공했다. 사진은 대학 교양 선택수업을 통해 배웠다. 수강 직후 운 좋게 실전에 써먹을 기회가 생겼다. 작은 잡지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사진을 찍었다. 간단한 기사들도 썼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당시 유행이던 해외 배낭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졸업을 앞두고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이 하는 직종이었다.
2003년 사진기자가 됐다. 사진기자는 1년에 한 번쯤은 큰 사건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그 기회를 잘 포착하면 한국 보도사진 역사에 자기 사진 한 장을 남기게 된다. 선택된 한 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낙종인 것이다. 2011년 11월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한 국회의원이 본회의장 의장석에 최루탄 가루를 살포했다. 문 틈 사이로 보이는 최루탄 살포 장면을 포착했다. 「국회묵시록」이라는 제목을 단 사진은 제48회 한국보도사진전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일하고 있다.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사진 칼럼 [김창길의 사진공책]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