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비를 찾아온 예수

이 책은 불꽃 같은 신앙을 지녔던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이다. 또한 1세기 초대교회 시대 수천 명의 유대인 영혼에 일어났던 체험이 이 시대 우리에게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저자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함으로써 그동안 간절히 구하던 것을 마침내 찾게 된 순간들을 간증한다. 평범한 독자라도 영국에서 건너온 한 젊은 유대인 랍비가 미국에서 기독교를 통해 신앙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고백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은 미국 신앙 역사에서 기념비적 의미가 있다.

한편, 이 책은 재밌으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한다. 하지만 그 느낌이 핵심은 아니다. 랍비 베네딕트의 자서전이 지니는 탁월한 가치는 이 분야에서 선구적 회고록이라는 점이다. 그는 종교 사상의 경계를 허물고 넘어가 멀리까지 탐색하면서 유대교가 기독교 역사 안에 있을 때에만 진정한 완성에 이를 수 있음을 분명하게 밝힌다. 저자 베네딕트는 교리가 느슨하다는 이유로 쉽게 기독교로 넘어갈 만큼 얄팍한 유대 주의자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유대교인과 기독교인 마음에 좀처럼 감동을 줄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는 히브리 성경의 성실한 연구자로 지금도 여전히 구약성경을 믿고 있다. 그의 신앙 선배인 사도 바울과 마찬가지로 랍비 베네딕트는 '율법과 예언서에 기록된 모든 것'을 그대로 믿고 따른다. 예수 그리스도가 다메섹 외곽에서 바울에게 행하셨던 것처럼 베네딕트에게 찾아와 말씀으로 그를 사로잡으셨다. 랍비 베네딕트도 사도 바울이 그랬던 것처럼 "하늘에서 임한 계시에 순종하였다"고 고백한다. 구약에 대한 신실한 신앙인이 신약에 대한 진실한 제자가 된 것이다.

이 책은 신앙을 인격적으로 체험한 '참 신앙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줄 것이다. 그에 반해 피상적으로 유대교나 기독교를 믿는 이들에게는 불편하고 껄끄러운 책이 될 것이다. 저자는 하나님을 직접 경험하여 알고 있으며, 그 경험에서 체득한 깨달음을 말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선구적인 책'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것은 유대교와 기독교가 수세기를 거치며 언젠가는 하나가 되리라는 공상 같은 비전을 전통적인 종교 한가운데로 가져온 이야기다. 이 책은 깊이 생각하며 깨어있는 유대인과 기독교인 모두에게 특별한 도전과 영감을 준다. 유대인에게는 "예수가 메시아면 왜 안 됩니까?"라며 영혼을 성찰하도록 하는 중요한 질문을, 기독교인에게는 "이제는 믿어집니까?"라며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독자들은 이 책에 담긴 영적 체험이 하나하나 풀릴 때마다 깊은 감명을 받게 될 것이다.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저자의 명료하고 싶이 있는 신앙 그 자체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기독교만이 유대교의 합리적이고 역사적인 최종 결과물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그래야 두 종교가 선행에 그치는 사회사업으로 희석되지 않고 각자의 가치를 최상으로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랍비 베네딕트만이 이런 주장을 하는 걸까? 최근 로마에서 이탈리아의 수석 랍비가 기독교를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시 한번 '때가 찼고', 마침내 기독교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서 이스라엘이 영광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개인의 영혼을 향해 가는 신앙의 여정과 위대한 종교를 향해 가는 영원한 항해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_ 레스터 C. 루이스 l 성 누가 성당 뉴욕시 트리니티 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