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생존하려면 반드시 잠을 자야 하지만, 잠을 자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하루하루 잠을 잘 공간을 꼼꼼하게 정하기 마련입니다. 외부 공간과 충분히 분리되고, 맑은 물과 음식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며, 다음날 운동기관을 무리없이 쓸 수 있도록 충분히 푹신하고 조용하며 넓이가 여유로운 공간을 찾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완벽한 공간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인간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인간은 극한의 상황으로 몰릴 수록 점점 더 질 낮은 환경의 수면 공간으로 내몰립니다.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에 의해 감옥과 단식농성장으로 내몰리고, 경제적 불평등에 의해 공중화장실이나 일터에서 잠을 청하도록 내몰리고, 생존을 위협하는 매서운 자연환경에 맞서야 하다보니 비좁은 달착륙선이나 대피소 텐트로 내몰립니다. 그 모든 수면 공간을 한데 모아 살펴보고 잠자는 사람들을 상상하면, 공간에 얽힌 수많은 개인 서사와 사회적 맥락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스튜디오 하프-보틀이 수면 공간에 주목한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서, 주인공에게 마지막에 필요했던 땅은 그가 죽어서 묻힐 6피트[1.82m]만큼의 크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인간이 각자의 공간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땅, 수면 공간의 땅은 얼마나 주어져 있을까요? 극한의 상황에서 잠을 청하는 그 자그마한 땅을 모았습니다.
Contents
1. 한국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의 면적
2, 대판 판형 신문지 6장
3, 구 서대문형무소 12옥사 감방
4, 구 남영동 대공분실 조사실 내 의자
5,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단식농성 텐트 (2022)
6,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의 파업 농성용 “감옥” 구조물 (2022)
7, 기아 SUV “스포티지” 탑승칸과 트렁크
8, 일본 도쿄 넷카페의 1인실
9. 한국 대변기 칸막이 최소 규격 (2019)
10. 구 서울역 역사 계단
11. 현대 트럭 “마이티” 3.5t형 운전자석
12. 미국 핵잠수함 “USS 텍사스” 승조원 침대
13. 아폴로 11호 달 착륙선 “이글”의 승무원실
14. Drager “Isolette® 8000 Pro” 인큐베이터
15. 실내용 텐트 “아이두젠 따수미 프리미엄” 2-3인용
16. 알리바바에서 판매되는 소형 “난민 보트refugee boat”
17,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박스
18.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환승구역
Author
조현익,키박
선거권이 생긴 후부터 15년차 정치덕후인, 스튜디오 하프-보틀의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정치를 그래픽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줄 방법을 궁리하면서, 대학교 졸업전시 작업이었던 선거 결과 인포그래픽 제안 프로젝트를 확장하여 2018년부터 『전국투표전도 20XX』 시리즈(2018, 2020, 2021)의 집필과 편집디자인을 맡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 회사 헌법 만들기〉,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잠잘 땅이 필요한가?〉를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는 솔직히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무엇이 중요한 주제인지 함부로 추려내기가 두렵습니다.
선거권이 생긴 후부터 15년차 정치덕후인, 스튜디오 하프-보틀의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정치를 그래픽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줄 방법을 궁리하면서, 대학교 졸업전시 작업이었던 선거 결과 인포그래픽 제안 프로젝트를 확장하여 2018년부터 『전국투표전도 20XX』 시리즈(2018, 2020, 2021)의 집필과 편집디자인을 맡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 회사 헌법 만들기〉,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잠잘 땅이 필요한가?〉를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는 솔직히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무엇이 중요한 주제인지 함부로 추려내기가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