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정직한 말들이기에,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질문
고병권, 홍은전의 강력 추천도서
지금 이 시대 진보들이 꼭 읽어야 할 책
‘이 책을 읽고 불편하지 않을 자가 있을까.’ 잠시 교정지를 미뤄두고 생각한다. 이 책의 작가 이하루 씨를 처음 본 것은 2021년 여름 우연히 열어본 어느 강연 동영상에서다. 강연이 시작되자 무척 작고 마른 체구의 청년이 등장했다. 그는 더듬더듬 떨리는 음성으로 “나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썰렁함에 헛웃음이 났다. 하지만 별 기대 없이 듣다가 어느새 나는 본래 앉아 있던 자세를 가다듬으며 그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몇몇 장면에서는 주책없이 콧등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동이었다.
『사회적응 거부선언: 학살의 시대를 사는 법』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음악가이며 동물해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하루의 여행 산문집이다. 그는 2014년 한국을 떠나 2021년 귀국할 때까지 60여 개국 4만 4천 킬로미터를 히치하이킹하며 걸었다. 만약 이 책에서 20대 청년의 해외여행이 가진 낭만을 기대한다면, 곧장 책을 덮어도 좋다. 그의 유랑은 남달랐다. 무척 대담하고 거칠었으며 아름다웠다. 그는 호주에서 덤스터다이빙(쓰레기통 뒤지기), 그리스에서 난민 인권 활동, 이스라엘에서 반성폭력 활동, 유럽 곳곳에서 레인보우 개더링, 미국과 대만 등지에서 동물해방 활동에 참여했다. 우리가 무심결에 버리는 음식들을 그러모아 재활용하고,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국경 바깥의 사람들을 돌보았으며, 성폭력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았던 이들과 함께 연대하여 피의자를 여론 심판에 서게 했고, 마지막으로 이 시대에 가장 억압받는 생명인 ‘축산 동물’에 대한 폭력을 멈추는 일에 앞장섰다.
철학자 고병권은 이 책의 추천사를 통해 이하루의 여정을 ‘정직하게 걷는 길’이라는 말로 일갈했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단도직입으로 한국을 떠나고 잠시 머무르고 다시 짐을 꾸리는 와중에 조마조마한 장면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기존의 사회가 가진 편견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작가는 애써 우회하거나 말을 돌려서 상황을 무마하지 않는다. 그의 단호하고도 또렷한, 너무도 정직하여 말문이 막혀버리는 질문들은 한편으로는 흥미진진함과 통쾌함을,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의 지혜를 선사한다. 그리하여 언뜻 무일푼의 배낭여행기 정도에서만 머무를 수도 있었던 어느 청년의 기록은, 현대 사회가 지닌 모순을 순서대로 맞닥뜨리고 무너뜨리는 격렬한 쟁론과 연대의 르포가 되었다.
Contents
추천사
정직하게 걷는 길은 어디에 이르는가 · 고병권(철학자)
그의 흙 묻은 발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홍은전(기록활동가)
1장 우리는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로 다짐했지
생존의 기술 / 생활의 기술 / 히치하이커들 / 외국인 수용소
2장 태양을 가로질러 걷기
노동의 기술 / 난민 수용소 / 가족에 대하여 / 방랑의 기술 / 폭력에 대하여
3장 어떤 길들은 다른 길들보다 더
연결의 기술 / 방관자들 / 매직하우스 / 가슴과 자궁 / 노숙인 수용소 / 가축 수용소 / 목격자들
4장 물에 던져진 돌은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책임에 대하여 / 동네 아는 농부 / 학살의 기준 / 평화에 대하여 / 어떤 동네
5장 새들의 흔적을 따라 걷기
생추어리 / 혁명의 기술 / 부서진 날개 / 증인들 / 죽음에 대하여
부록 1 / 이 글을 쓰며 함께 읽은 책
부록 2 / 히치하이킹 기록
Author
이하루
전문 부랑자이자 히치하이커, 사회 부적응자. 평생 일만 하며 사느니 차라리 굶어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집을 떠났다. 세계를 방랑하던 중 인류가 집단으로 묵인하는 동물 착취 시스템의 규모와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에 대한 ‘앎’에 충격을 받아, 숨겨진 진실을 알리는 데 집중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현재 한국에 임시로 거주하며 동물해방을 위한 퀴어-아나키 예술활동가 공동체 플라가미(@plastic agami)의 대표이자 영화/음악 프로듀서, 래퍼, 영상기록활동가로서 여러 투쟁 현장에 연대하고 있다. 언제나 떠날 기회를 노리며 ‘대충 열심히’ 삶을 정리한다.
전문 부랑자이자 히치하이커, 사회 부적응자. 평생 일만 하며 사느니 차라리 굶어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집을 떠났다. 세계를 방랑하던 중 인류가 집단으로 묵인하는 동물 착취 시스템의 규모와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에 대한 ‘앎’에 충격을 받아, 숨겨진 진실을 알리는 데 집중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현재 한국에 임시로 거주하며 동물해방을 위한 퀴어-아나키 예술활동가 공동체 플라가미(@plastic agami)의 대표이자 영화/음악 프로듀서, 래퍼, 영상기록활동가로서 여러 투쟁 현장에 연대하고 있다. 언제나 떠날 기회를 노리며 ‘대충 열심히’ 삶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