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강정천 근처에 가게 된 주인공 앞에 한 아이가 불쑥 다가와 반갑게 말을 건넵니다. 그런데 웅장함에 감탄하며 바위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주인공을 보고는 의아해합니다. 바위얼굴들이 울고 있는 게 보이지 않느냐고. 이곳의 자연은 왜 울고 있을까요? ‘나랑 보러 가지 않을래?’ 수수께끼의 아이는 손을 잡아 이끕니다. 주인공은 아이와 함께 강정천 물줄기를 따라 걸으며, 여전히 아름답지만 관심을 기울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우리가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자연의 아픔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물줄기의 맨 끝, 바다가 시작되는 그곳을 둘러보는 사이, 어느새 사라진 아이. 그 애는 누구였을까요?
추운 겨울, 처음 강정천을 찾아 마주한 것은 주상절리 절벽이었습니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커다란 바위벽엔 커다란 균열이 있었고, 나무뿌리들은 갈라진 틈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검은 틈새를 바라보며 마침내 무언가 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림으로 말을 걸어 저 틈새를 메우고 싶었습니다. 그림으로 말을 걸어 지금 여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림으로 말을 걸어 물줄기의 끝까지 함께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제주에서 돌아온 날 밤, 빈 종이에 하고 싶은 말을 하나씩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잃어버렸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강정천이 잃은 삶들은 우리 사이에서 그림, 말, 이야기와 기억으로 끝없이 살아 움직인다고 믿습니다. -작가 노트
Author
정지원,강순석
대안 학교를 졸업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2021년 2월 우연히 강정천을 걷게 되었습니다. 물줄기를 따라 걸으며, 타인을 그려도 그 속의 내가 지워지지 않고 나를 그려도 그 속의 타인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대안 학교를 졸업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2021년 2월 우연히 강정천을 걷게 되었습니다. 물줄기를 따라 걸으며, 타인을 그려도 그 속의 내가 지워지지 않고 나를 그려도 그 속의 타인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