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노동자를 대변하는 시들은 80년대부터 한국문학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세월이 흘렀고 시대가 바뀌었다. 이념은 부드러워지고 세련되는가 하면 정권에 따라 거칠어지고 퇴화했다. 800만으로 늘어난 비정규직들의 얘기는 당연한 듯 나타나지 않았고 2010년을 전후로 한국의 몇몇 단편소설에서 다뤄지긴 했지만 미미했다.
소설가 장강명은 인터뷰를 통해 ‘미생’ ‘송곳’ 같은 웹툰 작품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긴 했지만 한국의 소설에서는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이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당대의 현실에 관한 문제의식이 한국문학을 통해 본격적으로 다뤄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시에서도 그동안 다뤄지지 않은 사회적 문학적 주제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이에 창원의 출판사인 사유악부 시인선 02로 수많은 비정규직들의 애기인 ‘을들의 노래’가 시집으로 나왔다. 특이한 것은 시집의 형식을 빈 이 을들의 얘기가 등단 시인이 아닌 진보당 창원시 의창구 정혜경 위원장에 의해 쓰여졌다는 점이다. 총선을 수개월 앞두고 많은 정치인들이 마땅한 일인 듯 자서전을 출판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이 비정규직으로 직접 살았고 경험했으며, 학비노조(학교비정규직노조)일을 하며 많은 을들과 함께 현실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 투쟁 성취를 시집으로 완성했다.
이 시집의 저자인 정혜경 위원장은 ‘이 부족한 시집이 우리 모두가 을들의 입장이 되어 공감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더 바랄 게 없으며, 나아가 사회 보편적인 직업의 윤리에 대한 기초를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자의 시들처럼 똑같은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월급은 정규직에 비해 절반을 받아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계급적 차별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과연 21세기에 마땅한 현실인지는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으로 버티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우리 모두의 삶과 직업을 개선하고 창조하자는 게 이 시집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