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카 돕슨』은 어느 날 홀연히 옥스퍼드 대학에 나타난 쥴리카 돕슨이라는 미모의 여성과 그녀에게 흠뻑 빠진 도싯 공작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그 사랑 이야기의 이면에는 귀족에 대한 풍자, 대학 사회에 대한 풍자, 군중 심리에 대한 풍자, 영국 사회에 대한 풍자, 더 나아가 인간 전반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자리하고 있다.
사랑과 죽음을 주제로 한 많은 문학 작품들 중에서 『쥴리카 돕슨』이 특별한 위치를 점하는 이유는, 이 소설의 부제인 “옥스퍼드의 사랑 이야기”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쥴리카 돕슨』은 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성적 집단인 옥스퍼드 대학에서 너무나도 무모한 집단 자살이 일어나는 이야기다. 이 ‘집단 자살’이라는 대소동을 야기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쥴리카 돕슨’이라는 한 여인인데, 단지 그녀를 향한 사랑 때문에 수많은 옥스퍼드 대학생들이 강물에 몸을 던진다. 세상에서 가장 지성적인 집단이 모여 ‘집단 지성’을 이루어 내는 것이 아니라 ‘집단 자살’의 결과를 맺는다는 점에서, 『쥴리카 돕슨』은 그 어떤 문학 작품보다 더 사랑의 파괴적 단면을 잘 드러낸다. 옥스퍼드 대학 출신이기도 한 작가 비어봄은 옥스퍼드 대학을 사랑과 죽음의 배경으로 삼음으로써, ‘지적’인 자들의 속절없이 ‘어리석은’ 사랑을 부각시킨다.
무엇보다 『쥴리카 돕슨』은 전쟁의 알레고리로 읽을 때 더욱 깊은 의미가 있다. ‘쥴리카 돕슨’이라는 끔찍하게 매력적인 여인의 파괴력을 끔찍하게 매력적인 전쟁의 속성과 겹쳐 읽을 때, 제1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1911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전쟁의 알레고리로 읽어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크고 작은 수많은 전쟁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오늘날, 쥴리카의 파괴적 매력에 이끌려 맹목적으로 강물에 몸을 던진 옥스퍼드 대학생들의 모습을 재현한 『쥴리카 돕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상을 파국으로 이끄는 전쟁을 그치지 않고 계속하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경고를 던진다.
Author
맥스 비어봄,노동욱
영국의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 연극 평론가, 캐리커처 화가. 옥스퍼드 대학 재학 시절이던 20대부터 유수의 문예지에 에세이와 캐리커처를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다. 오브리 비어즐리와 오스카 와일드 등 다양한 문인, 예술가들과 교유하며 빅토리아 시대 말기와 20세기 초 런던의 문단과 예술계를 유머러스하게 그려 냈다. 그의 글과 그림은 악의 없는 풍자와 세련된 위트로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맥스’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표작으로 『맥스 비어봄 작품집』(1896), 『신사 스물다섯 명의 캐리커처』(1896), 『줄리카 돕슨』(1911), 『크리스마스 화환』(1912), 『일곱 명의 남자』(1919) 등이 있다.
영국의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 연극 평론가, 캐리커처 화가. 옥스퍼드 대학 재학 시절이던 20대부터 유수의 문예지에 에세이와 캐리커처를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다. 오브리 비어즐리와 오스카 와일드 등 다양한 문인, 예술가들과 교유하며 빅토리아 시대 말기와 20세기 초 런던의 문단과 예술계를 유머러스하게 그려 냈다. 그의 글과 그림은 악의 없는 풍자와 세련된 위트로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맥스’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표작으로 『맥스 비어봄 작품집』(1896), 『신사 스물다섯 명의 캐리커처』(1896), 『줄리카 돕슨』(1911), 『크리스마스 화환』(1912), 『일곱 명의 남자』(191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