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S. Eliot은 시인으로뿐만 아니라 문학평론가로도 세계적인 명성과 영향력을 누리는 20세기 최고의 문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시 작품에 대한 번역 작업은 수많은 교수와 번역가에 의해 이루어져 왔고, 엄청나게 다양한 우리말 번역본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에 못지않게 엄청나게 깊고 넓은 영향력을 행사해 온 엘리엇의 비평문에 대한 번역은 지극히 일부 글에 대한 번역이 존재할 뿐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심지어 엘리엇의 첫 비평서 『성스러운 숲』(The Sacred Wood)에 대한 우리말 번역본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102년 전인 1920년 11월에 출간된 이 비평서에 대한 번역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는 데에는 아마도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 요인이 무엇이든,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엘리엇의 다음과 같은 비평적 발언을 기억할 것이다. “예술가가 완벽하면 완벽할수록 그의 내부에서는 고통을 겪는 인간과 창조하는 인간 사이의 분리가 그만큼 더 완전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또는 다음과 같은 발언과 마주한 적도 있을 것이다. “예술 형식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객관적 상관물’을 찾는 것이다.” 또한 다음과 같은 발언도 귀에 익숙할 것이다. “미성숙한 시인들은 흉내를 내고, 성숙한 시인들은 훔친다.” 하지만 그와 같은 발언을 기억하거나 귀에 익숙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출처에 해당하는 비평서 『성스러운 숲』에 대한 우리말 번역본을 없기에, 어떤 논의 맥락에서 엘리엇이 그와 같은 발언을 했는지는 확인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성스러운 숲』이 영국에서 출간되고 만으로 102년이 흐른 지금,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장경렬 명예교수의 번역을 통해 이제 우리는 이 비평서의 우리말 번역본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장 교수는 『성스러운 숲』을 읽는 독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번역 과정에 500여 개가 넘는 역주를 첨가하였다. 분량으로 따지면, 번역 본문 텍스트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양의 역주로, 독자는 아마도 별도의 자료를 찾지 않은 채 이 같은 역주에 기대어 『성스러운 숲』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Contents
서문 / 11
재판 서문 / 21
완벽한 비평가 / 27
미완의 비평가들
비평가로서의 스윈번 / 48
낭만주의적 귀족 / 59
특정 지역의 정취 / 71
미국의 비평가에 대한 단상 / 80
프랑스의 지성 / 87
전통과 개인의 재능 / 91
시극詩劇의 가능성 / 110
에우리피데스와 머리 교수 / 126
“수사”와 시극 / 138
크리스토퍼 말로우의 무운시에 대한 몇몇 단상 / 150
햄릿과 그의 문제들 / 167
벤 존슨 / 179
필립 매신저 / 207
시인으로서의 스윈번 / 239
블레이크 / 250
단테 / 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