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도 이제 결코 적지 않은 두께의 페미니즘 도서목록을 가지게 되었다. 제1물결, 제2물결, 제3물결로 불리는 서구의 페미니즘 운동사 속에서 나온 저작들은 물론이고, 한국 가부장제에 맞서 온 페미니즘 운동의 흐름 속에 탄생한 책들은 너끈히 하나의 서고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면 그것은 지금보다 더 풍성한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늘 남는 문제는, 양(量)은 질(質)을 절로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빠르게 진행되어 온 페미니즘 운동과 사유의 전개 과정 속에서, 그러므로 우리는 순간순간 되돌아보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시간의 진행 속에서 더 깊어졌는지, 한국 페미니즘의 운동과 사유가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완강한 가부장제적 모순을 내파할 만큼 견고한 것이 되고 있는지, 동시에 그러기 위해서도 우리의 현재적 사유가 지닌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운동을 이끌고 사유를 형성하는 언어가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는지.
『페미니즘 고전을 찾아서』는 한마디로 바로 이러한 ‘되돌아보기’의 필요성에 대한 응답이다. 그런데 이 되돌아봄은 ‘멈춤’ 가운데서 이루어지지 않고 현재와의 치열한 대면 속에서, ‘나아가기’ 위한 부단한 모색 속에서 이루어진다. 6명의 젊은 한국 연구자들은 그래서 감히 ‘고전’을 새로 정의하기를 서슴지 않으며, 이미 공인되어 밖으로부터 주어진 고전 목록이 아니라 자신들의 손으로 그것을 다시 작성한다. 이는 고전이란 거울 속에 오늘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오늘이란 거울에 고전을 비추려는 시도인 까닭이다. 이 시도가 지닌 한계를 느낀다면, 독자가 스스로 뛰어들어 봄 직하다.
Contents
책을 펴내며―페미니즘 고전을 생각하다
PART 1: 여성은 인간이다
1장 이성에는 여남 없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권의 옹호』
2장 여성해방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
PART 2: 만들어진 여성을 부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다
3장 ‘여성’이라는 계급과 급진적 여성해방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
4장 가부장제가 만든 신화의 허울을 벗겨내다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
7장 가사노동과 자본의 착취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타의 「여성과 공동체의 전복」
8장 자연 착취와 여성 착취는 동일선상에 있다
―반다나 시바 · 마리아 미즈의 『에코페미니즘』
PART 5: 페미니즘의 영역을 확장하다
9장 여성 억압과 섹슈얼리티의 관계
―게일 루빈의 『일탈』
10장 ‘젠더/섹스’ 이분법의 불안정에서 찾아낸 가능성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
PART 6: 차이와 감정으로 정의를 설명하다
11장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다
―아이리스 매리언 영의 『차이의 정치와 정의』
12장 취약하면서 압도적인 감정에 관하여
―마사 누스바움의 『혐오와 수치심』
Author
김상애,김은주,유민석,이승준,이지영,정유진
여성으로서 나와 내가 거주하는 이 세계를 더 잘 이해하고 잘 살아가고 싶은 페미니스트. 동국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년배 연구자들과 함께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Fwd』를 만들고 있다. 같이 쓴 책으로 「페미니즘 고전을 찾아서」와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가 있다.
여성으로서 나와 내가 거주하는 이 세계를 더 잘 이해하고 잘 살아가고 싶은 페미니스트. 동국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년배 연구자들과 함께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Fwd』를 만들고 있다. 같이 쓴 책으로 「페미니즘 고전을 찾아서」와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