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와 흄, 칸트와 마르크스가 되살아난다면? 오늘의 기술문명에 대해 뭐라고 할까? 이 위대한 지성들이 복제인간과 대면한다면? 기계화된 이성, 인공지능의 사유를 인정할까? 헤겔과 포이어바흐가 설계하는 로봇엔 어떤 뇌가 탑재되어 있을까? 근현대 철학의 대가들이 오늘날 철학적 문제를 놓고 격돌한다. 상대는 복제인간, 차페크, 아이소포스, 지킬 박사다.
1부에서는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라이프니츠가 복제인간 로이와 격론을 펼친다. ‘인간 이성’은 복제인간의 이성보다 더 우월한가?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인간에게 철저히 이용당하고 살처분당하게 된 로이. 자신을 제조한 타이렐 회장을 살해한 죄로 법정에 서는데……. 복제인간을 인간의 법으로 단죄할 수 있는가? 철학의 대가들이 복제인간의 이성을 놓고 논변한다.
2부에서는 이솝 우화의 저자 아이소포스가 경험주의 철학자 베이컨, 로크, 버클리, 흄과 대결한다. 우화 철학의 선구자가 되고 싶었던 아이소포스. 하지만 ‘경험이 참된 지식의 유일한 근거’라며 우기는 경험주의 철학의 결함을 간파하고 삶에 물음을 던지는 절대적 우화에서 진리의 가능성을 본다. 3부에서는 최초의 로봇을 상상한 소설가 차페크가 칸트, 헤겔, 포이어바흐, 마르크스와 격돌한다. 독일 철학자들은 로봇에 어떤 이성을 부여할까? 칸트는 이율배반을 극복하는 로봇을, 헤겔은 주인을 따르면서도 스스로 사고하는 로봇을 제안한다. 포이어바흐는 주인과 로봇은 결코 합일될 수 없는 소외 관계임을, 마르크스는 생각하는 로봇의 통제 불가능성을 제기하며 로봇을 반대한다.
4부에서는 하이드를 살해한 지킬 박사를 놓고 의심의 대가 후설과 프로이트, 니체가 논쟁한다. 하나의 육체에 숨겨진 두 자아의 본질에 대해 철학자들은 각각 한 주체에서 분열된 대상, 세계와 충돌하는 욕망, 창조하려는 힘과 의지라는 주장을 펼친다.
Contents
여는 글 | 익숙한 것들과 낯설게 만나는 사유의 모험
프롤로그 | 철학적 경연, 혹은 철학자와 함께-달리기
인간은 정말 ‘생각하는 동물’인가?
인간은 언제 생각하게 되는가?
모험으로서의 철학
철학하기, 혹은 철학적 경연
제1부 복제된 생명의 나라
복제인간의 이성과 휴머니즘의 지옥
1. 천국의 법정은 무엇으로 재판하는가?
휴머니즘의 죽음
신을, 아버지를 죽인 자의 법정
인간의 법은 인간 아닌 자의 죄를 물을 수 있는가?
인간의 자리에서 이탈한 인간이라면?
복제인간의 역설
2. 데카르트, 수학으로 직조된 ‘완전한 관념’의 세계를 꿈꾸다
복제인간의 사유는 어디서 시작하는가?
방법론적 회의와 돈키호테
본유 관념, 확실성의 기초
신, 즉 완전한 존재는 존재한다
두 가지 실체: 연장과 사유
수학, 진리의 모델
복제인간은 인간인가?
3. 스피노자, 실체의 자연학과 감응의 윤리학
신을 죽인 자도 신이다
실체는 오직 하나 존재할 수 있을 뿐
실체는 양태로서만 존재한다
자연, 능산적 자연과 소산적 자연
하나의 양태에는 우주 전체가 깃들어 있느니
존재론적 평등성
실존 능력, 실재성의 정도
코나투스, 혹은 양태의 욕망
선/악(도덕)과 좋음/나쁨(윤리)
감응의 윤리학과 신의 관념
자유의지와 자유의 차이
신의 사랑과 지복(至福)
4. 라이프니츠와 창문 없는 단자들의 세계
양태의 본성과 영원성
실체란 스스로 활동하는 자
차이가 있다면 다른 실체다
단자, 무한소적 실체
모든 단자는 영혼을 갖는다
단자에는 창문이 없다, 주름만 있을 뿐
모든 지각은 내부 지각이다
인터넷과 예정조화
복합 실체와 완전성의 위계
생명체의 주름은 펼쳐지기만 하는가?
복제인간 로이는 언제 인간과 공가능한 세계를 사는가?
5. 신의 심판
인간인가, 복제인간인가?
신의 심판, 자연의 심판
제2부 우화와 우상의 나라
백지 위의 경험주의와 불가능한 우화
6. 우화는 어떻게 철학의 친구가 되는가?
아이소포스, 철학자를 꿈꾸다
프로메테우스의 세 가지 뒷이야기
철학의 명료함을 반문하는 우화 철학
7. 우상과 싸우는 베이컨, 비밀의 문 앞에 서다
아는 것이 힘이다
귀납적 방법의 힘
귀납법은 얼마나 타당한가?
네 가지 우상
동굴의 우상
극장의 우상
종족의 우상
시장의 우상
비밀의 문 앞에서
8. 로크가 경험의 백지 밑에 숨겨둔 것
잊을 수 없는 이야기
필로소피아와 변증술
인간에게 본유 관념은 있는가?
인간은 백지 상태로 태어난다
같은 경험은 같은 길로 인도하는가?
단순 관념과 복합 관념
경험의 유사성은 얼마나 유사한가?
제1성질과 제2성질
9. 버클리, 지각의 경험론과 지각만 가능한 경험
존재는 지각된 것이다
상이하게 지각된 것은 상이한 존재인가?
지각될 수 있을 뿐인 지각
지각된 관념의 힘
나의 부모는 나의 자식이다
산소의 지각이 없으면 숨 쉴 수 없을까?
신의 지각과 지각의 신
10. 회의주의자 흄의 습관과 믿음
흄의 마구간에서
‘완전한 관념’의 감옥
인상 없이는 관념도 없다
정신이란 인상과 관념의 다발
보편성은 유사한 관념의 자식
자아, 즉 지각하는 정신은 존재하는가?
인상들만 존재한다, 고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철학자에게 중요한 일곱 가지 관계
인과 관계가 없다니!
회의주의자가 세상에 대해 말하는 법
믿음의 힘
철학으로 회수될 수 없는 절대적 우화
제3부 기계화된 이성의 나라
생각하는 기계와 생각 없는 이성
11. 칸트의 순수 이성은 어떻게 선을 넘는가?
기계-인간의 이성에 대해 칸트에게 묻다
데카르트의 로봇과 로크의 로봇
경험적인 것과 선험적인 것
분석 판단과 종합 판단
선험적 종합 판단은 어떻게 가능한가?
백설공주와 거울, 혹은 물 자체와 현상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시간과 공간, 선험적 감성 형식
열두 개의 범주, 선험적 지성 형식
우리는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는가?
원리를 부여하는 이성의 능력과 이념
순수 이성은 왜 선험적 가상들을 만드나?
칸트의 유언
12. 절대 이성의 목적론과 헤겔의 계략
생각하는 기계의 이율배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모순이란 무엇인가?
‘물 자체’에서 ‘즉자’로
즉자와 대자의 변증법
사고 능력의 합목적성
정신의 외화와 복귀, 세상을 장악하다
정신은 어떻게 개인을 넘어서는가?
신의 계략, 이성의 계략
인간의 계략, 혹은 주인과 로봇의 변증법
저기 절대정신이 걸어간다!
13. 포이어바흐의 유물론과 소외된 로봇
물구나무선 헤겔을 뒤집자!
문제는 ‘외화’가 아니라 ‘소외’다!
신학의 비밀은 인간학이다!
인간의 본질
소외된 인간, 소외된 로봇
14. 유물론자 마르크스는 이성 없는 로봇을 꿈꾸는가?
로봇의 발명이 혁명을 촉진한다?
단백질의 유물론과 역사 유물론
바이올린의 본성은 악기?
사물의 본성은 이웃에 따라 달라진다
진리는 하나인가?
문제는 언제나 실천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해석하는 게 아니라 바꾸는 것이다!
무엇이 흑인을 노예로 만들었나?
인간이란 사회적 관계들의 집합
역사와 계급투쟁
울타리 치기, 공동체를 잡아먹고 자본주의를 낳다
로봇 개념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로봇의 반란과 ‘이성의 계략’
제4부 분열된 주체의 나라
주체의 분열과 긍정의 윤리학
15. 다시 쓰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두 사람으로 존재하는 한 사람
16. 지킬 박사의 실험과 후설의 판단 중지
세계는 수학적 질서를 갖는가?
심리주의에서 현상학으로
자유 변경과 현상학적 ‘환원’
자연적 태도와 판단 중지
순수 의식과 지향성
지향성이 어떤 몸짓을 꽃으로 만든다
분열된 주체인가, 분열된 대상인가?
주체의 지향성을 거부하는 것들
17. 프로이트는 지킬에게 ‘하이드를 올라타’라고…
최면술과 무의식
첫날밤 이후에 첫날밤을 반복하게 하는 것
응축과 치환: 꿈은 어떻게 작업하는가?
성적 충동과 리비도
우리는 모두 오이디푸스다!
무의식의 위상학: 이드, 초자아, 자아
쾌락 원칙과 현실 원칙, 혹은 지킬 박사의 출구
18. 힘의 고양을 긍정하는 자에겐 니체의 축복이 있으리니
열쇠는 하이드가 갖고 있다
어디에나 도덕이 지배하고 있다
계보학과 비판
귀족의 도덕과 노예의 도덕
우리는 왜 그토록 진리에 집착하는가?
힘과 의지, 혹은 힘에의 의지
능동과 반동, 힘의 두 가지 질
긍정적 의지와 부정적 의지
‘부정의 부정’이아니라 ‘긍정의 긍정’을!
영원 회귀와 ‘신의 죽음’
초인, 자기를 넘어서는 자
어떤 힘과 의지가 지킬과 하이드를 만들어냈는가?
하이드가 지킬을 구원하리라!
19. 피날레: 지킬 박사를 위한 파반
하이드를 욕망한 자의 운명
에필로그: 매혹의 힘과 사유의 모험
Author
이진경
전환기 한국사회의 토대를 분석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을 써서 24세에 이진경이라는 필명을 얻었다. 본명은 박태호.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논문 ‘서구의 근대적 주거공간에 대한 공간 사회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지식 공동체 ‘수유너머104’에서 연구 활동을 하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근대성에 천착해 『철학과 굴뚝 청소부』를 썼고, 자본주의와 근대성의 변혁을 모색한 『맑스주의와 근대성』,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이진경의 필로시네마』를 썼다. 푸코, 들뢰즈, 가타리의 철학과 함께 자본주의의 외부에서 삶의 탈주를 꿈꾸며 『노마디즘』, 『철학의 외부』, 『역사의 공간』,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등 30여 권의 책을 냈다.
전환기 한국사회의 토대를 분석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을 써서 24세에 이진경이라는 필명을 얻었다. 본명은 박태호.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논문 ‘서구의 근대적 주거공간에 대한 공간 사회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지식 공동체 ‘수유너머104’에서 연구 활동을 하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근대성에 천착해 『철학과 굴뚝 청소부』를 썼고, 자본주의와 근대성의 변혁을 모색한 『맑스주의와 근대성』,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이진경의 필로시네마』를 썼다. 푸코, 들뢰즈, 가타리의 철학과 함께 자본주의의 외부에서 삶의 탈주를 꿈꾸며 『노마디즘』, 『철학의 외부』, 『역사의 공간』,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등 30여 권의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