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중음악 평론가이자 현 출판인 이민희가 페미니스트 음악가를 만났다. 김민정, 백수정, 소히, 안예은, 연리목, 오지은, 요조, 유병덕, 흐른까지 총 아홉 명의 음악가가 인터뷰에 응했다. 참여한 음악가에겐 두 개의 목소리가 있다. 첫 번째 목소리로 경력을 돌아보면서 노래의 기쁨과 슬픔을 말하고, 두 번째 목소리를 통해 페미니스트 음악가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한다.
여성 음악가의 경험은 남성 음악가의 경험과 같지 않다. 적적해서 그런지로 데뷔해 10년 이상 연주 경력을 쌓아 온 드러머 백수정은 때때로 “여자치고 드럼 좀 치네?” 하는 말을 듣는다. 싱어 송라이터이자 책방무사 사장 요조는 ‘홍대 여신’이라는 별명으로부터 지난 10년간 피로를 느껴왔다. 눈뜨고코베인의 키보디스트이자 음악당 달다를 운영하는 연리목은 무대 활동과 함께 육아를 늘 고려해야 한다.
펑크 밴드 에고펑션에러의 보컬리스트 김민정은 펑크를 두고 여성에게 보다 절실한 음악이라 말한다. 저항해야 할 대상이 더 많기 때문이다. [K팝스타 5]의 준우승자 안예은은 오디션 무대에서 내려온 뒤 트위터를 통해 온라인 페미니즘 논쟁의 중심에 섰던 일이 있다. 싱어 송라이터 소히는 남성 프로듀서 및 편곡가 동료의 지휘나 보조 없이 여성 음악가 스스로 앨범을 만드는 일의 어려움과 함께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2004년 여성 음악가의 주체성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여성학 석사 흐른은 1990년대부터 시작되는 페미니즘의 역사를 들려준다. 트위터 페미니즘 물결에 동참한 오지은은 다음 세대의 여성 음악가가 날아다니려면 동시대 여성 음악가가 해줄 말이 있다고 말한다. 책에 참여한 유일한 남성 음악가 9와 숫자들의 유병덕은 페미니스트 선언을 했다 해서 과연 여기 껴도 되는 것인지를 지금까지 고민하고 있다.
책에 참여한 모든 음악가는 음악을 발견한 순간에서 시작해 작품과 무대를 오가며 얻은 성취와 고민을 이야기한다. 동시에 노래하는 여성으로 겪은 일과 동료 여성 음악가를 관찰한 바를 나눈다. 이처럼 어떤 음악가에게는 두 개의 목소리가 있다. 음악에 필요한 육체적인 목소리가 있고, 동시에 여성 창작가의 삶을 이야기하는 정신적이고 정치적인 목소리가 있다.
Contents
“나는 펑크야”
김민정(에고펑션에러) | 라이엇 걸
“여자 드러머가 뭐?”
백수정 | 여성 연주자, 활동가, 그리고 사업가
“이제는 말할 때마다 떨지 않는다”
소히 | 고백하는 생존자
“오디션보다 페미니즘이 먼저였어요”
안예은 | 트페미 K팝스타
“왜 나만 미안한 걸까”
연리목 | 엄마가 된 음악가
“아프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
오지은 | 언어의 마법사
“단 한 번도 원한 적 없었던 이름”
요조 | 목소리를 찾은 구 홍대 여신
“제가 여기 껴도 되는 걸까요?”
유병덕(9와 숫자들) | 아직 조심스러운 페미니스트
“여전히 쑥스럽지만 여성학 석사입니다”
흐른 | 여성 음악가를 연구한 여성 음악가
Author
이민희
출판사 산디의 발행인이자 편집인.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와 정보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두근거리는 인연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책을 기획하고 출간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초보 사장이다. 전까지 음악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 『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를 썼고, 출판사를 연 뒤에 열 명의 직업 전환기를 다룬 『회사를 나왔다 다음이 있다』를 썼다. 책이 직업이 된 뒤로 음악에 준하는 강력한 소통의 도구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긴 호흡으로 정리할 새로운 분야를 찾아다니고 있다.
출판사 산디의 발행인이자 편집인.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와 정보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두근거리는 인연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책을 기획하고 출간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초보 사장이다. 전까지 음악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 『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를 썼고, 출판사를 연 뒤에 열 명의 직업 전환기를 다룬 『회사를 나왔다 다음이 있다』를 썼다. 책이 직업이 된 뒤로 음악에 준하는 강력한 소통의 도구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긴 호흡으로 정리할 새로운 분야를 찾아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