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經)』은 시(詩), 서(書), 역(易), ‘삼경(三經)’으로 분류될 만큼 경서 연구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으로, 예부터 많은 선인들이 대대로 평생에 걸쳐 연구한 분야였다. 조선시대 왕립 학술 연구기관이었던 집현전의 연구자 중 성삼문(成三問), 박팽년(朴彭年)은 시(詩) 연구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였는데, 그분들의 드넓은 식견의 깊이와 뛰어난 학덕은 몽유도원도에 실린 기문(記文)과 서문(序文)을 통해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몽유도원도는『시경(詩經)』 연구의 전문성을 판단할 지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몽유도원도를 시작으로 본서에는『시경(詩經)』 ?주남?과 ?소남?, 동국정운 서문, 음양오행에 근본을 두는 천지(天地)의 도(道) 원론이 담긴『황제내경소문』에 이르기까지 오역이 없는 충실한 번역에 바탕을 두어 경서 연구자들로 하여금 성삼문, 박팽년, 안평대군 세 분의 아름다운 시와 글이 간접적으로 지향하고자 했던 의미를 종합적으로 되살려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특히 ?주남?과 ?소남?에 대한 담론은 퇴계 이황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으로써 시작할 수 있는데, 역자의 전작에 실려 있어 본문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지 않다. 하지만 ?주남? ?소남? 속에 담긴 세계를 향해 사고 영역의 폭을 확장하는 작업이 성삼문, 박팽년 두 분의 글을 마주하는 길을 열어주고, 더 나아가 중국의 최초 의학 이론서인『황제내경소문』이 한의학에서만이 아닌 경학에서도 실증 학문으로 연구될 수 있는 관점을 확립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