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은 본서의 저자인 레슬리 모건 스타이너의 TED 강연 「왜 가정 폭력 피해자는 떠나지 않을까」를 본 순간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강연은 연인 간에 벌어지는 폭력이 어째서 그토록 해소되지 않고 계속적으로 반복되는지에 대한 긴 의문에 대한 답을 너무도 정확하게, 그러면서도 간단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그녀 자신이 피해자였고, 자신이 자리하게 된 심연을 바라볼 수 있었기에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 솔직함과 정확함이 너무 인상적이었기에 그 뒤에 있는 이야기들, 시간 때문에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들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쓴 『사랑에 미치지 마세요』를 접하게 됐다.
『사랑에 미치지 마세요』는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에 대한 얘기를 털어놓으면서, 비록 경험이 주는 암담함과 씁쓸함에도 불구하고 삶과 현상을 직시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냉소적인 유쾌함이 있다. 그것은 ‘운명의 사랑’을 만나기 전 청소년 문제 사례의 상당수를 심각하게 섭렵한 듯한 그녀의 개인적 경험에서부터 다져진 내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