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혼자 읽어도 되는데 왜 같이 읽는 걸까?
같이 읽기로 삶의 기적을 일으킨 오래된 독서 공동체를 만나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점점 읽기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 모바일 문명의 폭주 속에서 긴 글을 깊이 읽는 문화는 흔히 반시대적인 것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국민 독서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출판은 붕괴 위기에 내몰리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읽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고, 혼자 읽기에 그치지 않고 독서 공동체를 이루어 책을 같이 읽는 이들이 있다. 한 연구에서는 독서 공동체를 “자발적 평생 학습의 장이자 관심사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책읽기 공동체”로 정의한다.
그런데 책을 왜 같이 읽어야 할까? 책 읽는 일은 본래부터 대화의 성격을 띠고 있다. 책이란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다성적 매체이고, 읽기는 간접적으로 저자와 주고받는 대화이기도 하니까, 책을 읽고 나서 굳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지만 이 세상에는 같이 모여 책을 읽고 삶을 함께 사는 수많은 독서 공동체들이 존재한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에 대체 어떤 기쁨이 숨어 있기에, 이들은 오랜 세월을 함께 모이는 걸까.
이 책은 10대 여고생들부터 여든이 가까운 할머니들까지 짧게는 세 해, 길게는 서른 해 넘게 책을 같이 읽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같이 책을 읽고 삶을 함께하는 일을 즐긴다. 저자는 제주에서 강원까지 전국에 흩어진 독서 공동체 스물네 곳을 일일이 발로 찾아다니면서 그들을 만났다. 이 땅에는 수많은 독서 공동체가 있지만, 이들이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독서 공동체라고 할 만하다.
달동네 야학에서 맺어진 작은 인연으로 1982년부터 같이 책을 읽어 온 서울 시흥의 ‘상록독서회’, 충남 홍성의 한 시골 마을에서 1985년부터 서른 해 넘게 같이 책을 읽는 ‘할머니독서모임’, 한 해 만에 마흔한 곳의 독서 모임이 생겨나는 기적을 이룬 강원도 홍천의 홍천여고, 국토 최남단 제주도 남원에서 귀촌자들이 함께 책을 읽으며 시작해 지역 문화를 공부하고 기록하는 시민 조직으로 발전한 ‘남원 북클럽’, 어머니 그림책 공부 모임에서 출발해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원주를 그림책 도시로 만드는 데 앞장선 ‘원주 그림책연구회’, 교사가 책을 좋아해야 아이들도 책을 좋아한다는 생각으로 모인 교사 독서 모임 ‘부천 언니북’, 지역 학교 도서관 사서들이 모여 함께 책을 읽는 ‘청주 강강술래’, 세 친구의 책 선물로 시작해 지역의 커다란 독서 모임으로 발전한 ‘보령 책익는마을’, 읽기를 통해 시민 목소리에 더 공감하게 됐다는 공무원 독서 모임 ‘김해 행복한책읽기’, 제자의 책 읽기를 장려하는 뜻에서 시작해 지역 사회를 넘어 한국 전체에 독서 열풍을 일으킨 ‘백북스’, 페이스북에서 만난 친구들끼리 같이 책을 읽으면서 책읽는지하철이라는 독서문화 운동을 떠받친 ‘청년독서모임’ 등, 이 책은 독서 공동체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독서 공동체를 어떻게 결성하고,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책을 어떻게 선정하고, 이야기는 어떻게 나누는지 등 독서 공동체의 속살을 속속들이 알게 될 것이다.
Contents
서문
제주 남원북클럽
제주에서 제주 책 읽으며, 앎과 삶이 하나 됐죠
전주 북세통
더불어 읽고 놀며 느끼며, 생각하는 시민으로 살고 싶었죠
홍동 할머니독서모임
불혹에 만나 칠순 훌쩍, 책 덕분에 평생 벗으로 살죠
부천 언니북
감상 내용·장소·뒤풀이자리까지 빼곡, 조선 선비 시회(詩會) 기록 보는 듯
청주 강강술래
업무용 독서에 지쳤을 때, ‘아무거나 함께 읽기’로 기쁨 찾았죠
보령 책익는마을
9년 전 세 친구의 책 선물 나눔, 이젠 커다란 독서 모임 됐죠
김해 행복한책읽기
공무원 독서 모임, “시민 목소리에 더 공감하게 됐어요”
원주 그림책연구회
패랭이꽃 버스에서 틔운 꿈, 그림책 도시 향해 달려요
시흥 상록독서회
군사 독재 어둠을 깨며 함께 읽기 35년
서울 풀무질서점 책모임
서울에서 부산까지 어디든지 달려가서 읽어요
서울 상경다락방
‘나를 위한’ 책읽기로 아이와 삶을 다시 발견하다
청주 북클럽 체홉
자본에 밀려 비어가는 도심, 독서의 향기로 채우죠
대전 백북스
교수와 제자들 강의실 모임, 학교 담장 넘어 세상을 품다
인천 얘기보따리
엄마가 읽고, 모임서 읽고, 아이랑 함께 세 번은 읽는 셈이죠
서울 리더스포럼
독서는 경영자의 의무입니다
창원 독서클럽창원
인구 100만 도시에 서점 51곳뿐, 문화 사막에 솟은 오아시스
강원 홍천여고 독서동아리
1학년 독서 동아리 41개, 시골 학교에서 기적의 독서 만나다
순천 부꾸부꾸
부지런히 읽다 보니 경청하는 습관 몸에 뱄어요
서울 과학독서아카데미
과학 책 읽고 세상을 보니 인생이 달라지네요
서울 보라매독서동아리
‘줌마 놀터’에서 만난 책, 세상 보는 눈이 열렸죠
인천 마중물
세상을 함께 읽고 허심탄회한 얘기 나누는 ‘풀뿌리 소통’
서울 청춘독서모임
SNS 시대, 청년들이 나서면 독서도 진화한다
서울 심야독서모임
강남의 불금, 책으로 자신을 되찾는 ‘젊은 몽테뉴’들
나주 한전 KDN 향추회
함께 일하고 함께 낭송하고, 일터에 스미는 삶의 향기
보론 1 책, 어떻게 같이 읽을까
보론 2 학급이 동아리가 되고 독서가 수업이 돼야 합니다
독서 공동체 전문가 김은하
Author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읽기 중독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민음사에서 오랫동안 책을 만들고,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주로 읽기와 쓰기, 출판과 미디어 등에 대한 생각의 도구들을 개발하는 일을 한다. 저서로 『출판의 미래』, 『같이 읽고 함께 살다』 등이 있으며, 『기억 전달자』, 『고릴라』 등을 옮겼다.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읽기 중독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민음사에서 오랫동안 책을 만들고,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주로 읽기와 쓰기, 출판과 미디어 등에 대한 생각의 도구들을 개발하는 일을 한다. 저서로 『출판의 미래』, 『같이 읽고 함께 살다』 등이 있으며, 『기억 전달자』, 『고릴라』 등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