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에서 이야기를 시작한 저자는 메르스 사태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와 자본을 해부한다. 여기서 ‘포획장치로서의 국가’ ‘전쟁기계’ ‘사회기계’ ‘기술기계’ ‘탈영토화’ ‘도주’와 같은 들뢰즈와 과타리의 개념이 도입된다. 그렇다고 어렵지는 않다. 저자에게 배어든 개념과 문제들만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여서 책은 술술 읽힌다. 독자를 주눅 들게 하는 문헌 인용도 없고 출처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들뢰즈·과타리의 저작이나 이를 해설한 책을 읽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개념들이 철학 문외한인 독자에게도 편안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저자는 이 책이 “철학자가 사회 현안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작은 실험”이라고 말한다. 실험에서 저자는 현대인의 삶 전반에 대한 미시적인 고찰과 철학 개념을 버무려 내놓는다. 책을 읽다보면 들뢰즈·과타리의 개념도 여기, 이 순간 내 삶의 구체적인 현실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저자가 책을 쓴 가장 큰 이유도 독자 중에서 누구라도 자신의 생각에 공감해 다른 삶에 도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메르스는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할까?”란 물음으로 연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