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면허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하게 살릴 수 있는 사람을 보고도 방관해야 하고, 아무 까닭도 없이 법 앞에서는 움츠러들어야 하고, 죽을 사람을 살려 놓고도 벌금을 내거나 감옥으로 가야 하는 현실은 대대로 전해 오는 우리 전통의학을 장려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대를 끊어버리는 일이다. 자격증이 없다고 해서 사람을 살릴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은 편견일 뿐이다. 그들도 전통비방을 치열하게 조사하고 연구해 자신만의 독특한 의술로 발전시켰고, 무수한 실험으로 증명된 결과만으로 자신의 의술을 펼친 것이다. 입안이 헐 정도로 온갖 약초를 씹어서 약성을 확인했고, 약초의 독성을 실험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먹어보기도 했고, 또 국민 건강과 의학의 도를 위해서라면 깊은 산에서 침식을 잊은 채 기도하는 일도 마다치 않은, 이 땅의 의인인 것이다.
이들은 간절히 원한다. 비록 자신의 대에서는 서양의학에 밀려 탄압을 받지만 언젠가는 빛을 발할 날이 오기를, 대대로 전해 오던 비방이 묻히지 않고 그 맥이 이어가기를, 자신의 비방이 전수받을 만한 사람을 찾아 온전히 전수되기를!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하면, 설령 자기 아들이라 할지라도 자격이 안 된다면 전하지 않는 게 그 세계의 불문율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전해 오던 비방이 이제 우리 앞에 나왔다. 명의만큼이나 명의인 지은이는 전국을 샅샅이 돌면서 이 땅에서 사라지고 있는 민간 비방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쳤고, 때로는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그렇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들의 의술을 기록해 내놓은 것이다. 이제 우리도 이대로 묻힐 수 없는 우리 유산을 고이 간직한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