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광장에 모인 국민들은 부당한 권력에 맞서 민주화를 쟁취했다. 그리고 30여 년 뒤 같은 자리에 선 국민들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갈구하며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거기서 그친 게 아니다. 국민들은 그동안 누적된 사회적 모순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에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헌법과 선거제도에 관한 새로운 약속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정치권 곳곳에서는 이런 여론에 발맞춰 빠른 시일 안에 헌법을 개정하고 선거제도를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논의는 2018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화되었다.
헌법과 선거제도는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 원리가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지방선거 국면과 여야 간 정쟁으로 정작 국민들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깊이 있는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 더 나아가 이후 세대가 누리게 될 사회의 기본 틀을 짜는 일에 또다시 당리당략에 따른 셈법이 등장한 탓이다. 이 책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모든 것》은 이런 상황이 더이상 지속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획되었다. 30여 년 만의 개헌이 일부 ‘정치 엘리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찬성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 방향과 쟁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안내서다. 이를테면, 헌법 전문에 새로운 문구를 추가하는 것을 두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대통령 중(연)임제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야당이 주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정부제 혹은 내각책임제)는 도대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현행 제도와 어떻게 다른지 등의 쟁점들을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책은 정치권이나 일부 언론이 정부 형태나 권력구조 개혁 논의에만 관심을 두는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지난 헌법 개정의 역사를 돌아보면 권력구조 개혁이라는 쟁점에만 논의가 함몰되어 정작 다른 중요한 이슈는 성급하게 타협되었다”고 지적한다. 현행 헌법인 ‘87년 헌법’ 역시 이전 헌법에 비해 상당히 발전된 모습으로 개정되긴 했지만, 이른바 ‘8인 정치회담’에서 비공개로 타협이 이뤄졌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에 저자는 2018년의 개헌 논의에서는 ‘권력구조 개혁’이라는 이슈에 묻혀 사회 변화에 따라 개정되어야 할 사안들이 또다시 성급하게 타협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곧 헌법의 다양한 조항들을 찬찬히 따져보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 뒤 국민적 합의를 통해 헌법 개정안을 확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저자는 헌법 개정의 역사에서 주변부로 밀려나곤 했던 여러 현안을 이 책에서 비중 있게 언급한다. 여성, 장애인, 청소년 같은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기본권 조항들, 노동자의 권리와 의무를 다룬 노동권에 관한 조항들,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지방분권이나 직접민주주의와 관련한 조항들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저자는 선거제도 개혁 없는 개헌은 그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를 비롯해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 결선투표제 도입 문제, 선거권 연령 하향 문제 같은 선거제도를 둘러싼 첨예한 사안들도 중점적으로 언급한다.
Contents
들어가는 말
1부 개헌에 관한 모든 것
파란만장 한국 헌정사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임시정부에서 제헌국회에 이르기까지
-이승만의 권력을 위한 두 차례의 개헌
-내각책임제가 도입된 제2공화국
-제3공화국 헌법과 삼선개헌
-유신헌법, 절대 권력의 등장
-제5공화국 헌법의 이모저모
-87년 헌법의 탄생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헌법의 자기소개서: 전문
-헌법의 기본 원리: 총강
-모두의 권리: 기본권
-더욱 민주적인 나라를 위해: 정부 형태와 권력구조
-풀뿌리 자치의 확장: 지방분권
-‘헬조선’을 바꾸는 개헌: 재정과 경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사법개혁: 법원과 검찰
-성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헌법: 여성헌법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헌법: 평화헌법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헌법: 노동헌법
-시민이 직접 세상을 바꾼다: 직접민주주의
2부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모든 것
이것은 기본: 선거제도의 개념들
-다수결과 다수대표제
-대표란 무엇일까?
-무엇을 보고 투표할까?
-선거란 무엇일까?
-대한민국 선거의 종류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선거제도의 종류
어떻게 변해왔을까: 대한민국 선거제도 변천사
-1948년, 최초의 보통선거권을 얻다
-1950년, 이승만의 독재로 선거제도가 왜곡되다
-1952년, 처음으로 대통령 직접선거를 치르다
-1954년, 정당공천제를 도입하다
-1958년, 나쁜 선거법이 자리 잡다
-1960년, 대통령제에서 의회제로 이행하다
-1963년, 전국구제도를 최초로 도입하다
-1973년, 중선거구제를 전면 도입하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소선거구제로 회귀하다
-1994년, 피선거권이 25세로 통일되다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다
-2000년, 여성공천할당제도를 채택하다
-2002년, 1인 2표제를 시행하다
-2004년, 완전 선거공영제를 실시하다
-2005년, 45년 만에 선거권 연령이 낮아지다
-2006년, 지방의원 유급제를 시행하다
-2008년, 대통령선거 기탁금의 헌법불합치가 선언되다
-2012년, 논란이 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왜 자꾸 바꾸자고 할까: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
-국민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국회
-짬뽕 아니면 짜장면, 보수당과 민주당
-사실상 한편, 지방의회와 행정부
-사표는 많고 투표는 의미가 없다
-부족한 정당성, 제왕적 대통령
어떻게 하면 될까: 선거제도 개혁의 쟁점
-비례성 강화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국회의원 정수 확대
-결선투표제 도입
-정당 설립요건 완화와 지역 정당의 허용
-기탁금과 선거비용 보전 기준의 하향
-선거권 연령 하향과 참정권 확대
외국 사례를 통해 본 선거제도
-미국의 강한 의회
-영국의 런던광역의회
-독일의 유권자단체
-뉴질랜드의 새로운 실험
좋은 정치란 무엇일까: 선거제도 개혁의 진의
참고문헌
Author
백상진,김예찬
백상진은 전남 화순의 작은 보건소에서 태어났다. 남자 이름 같다는 소리를 수천 번 들으며 어른이 되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선배의 권유로 민주노동당에 입당한 이후 20대 내내 진보정당 당원으로 살았다. 학생회, 농활, 노래패, 철거농성, 생활도서관 건립, ‘안녕들하십니까’ 등 운동권 언저리에서 노느라 9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지금은 심상정 국회의원의 비서로 일하고 있다.
백상진은 전남 화순의 작은 보건소에서 태어났다. 남자 이름 같다는 소리를 수천 번 들으며 어른이 되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선배의 권유로 민주노동당에 입당한 이후 20대 내내 진보정당 당원으로 살았다. 학생회, 농활, 노래패, 철거농성, 생활도서관 건립, ‘안녕들하십니까’ 등 운동권 언저리에서 노느라 9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지금은 심상정 국회의원의 비서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