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알고리즘’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컴퓨터과학의 기술적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철학적 질문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알고리즘이 어떻게 인간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우리가 진리나 자유, 존재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게 만드는지를 묻는다. 철학자들이 수천 년 동안 고민해온 문제들을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알고리즘이라는 도구를 통해 다시 살펴보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끄집어낸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질문이다. 저자는 이를 다루기 위해 인공지능이 사용하는 알고리즘의 원리와 한계, 그리고 그것이 인간 사고와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본다. 특히 인간의 의사결정이 논리적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인간성과 알고리즘의 차이를 명확히 한다.
또 다른 예로, ‘자유의지’에 관해서도 묻는다. 알고리즘이 점점 더 정교해지면서 우리는 우리의 선택조차 예측 가능한 패턴으로 분석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저자는 이런 예측 가능성이 과연 우리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유의 또 다른 형태를 보여주는 것인지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칸트, 하이데거, 데카르트 등의 사유가 알고리즘적 사고와 어떻게 충돌하거나 교차하는지도 흥미롭게 조명한다.
이 책은 학술적이기보다는 사유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알고리즘을 다루지만 전문적인 컴퓨터과학이나 수학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독자에게 철학 이론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알고리즘이라는 일상적 개념을 통해 독자 스스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도록 이끈다. 알고리즘과 철학이라는 다소 낯선 조합을 통해 저자는 이 두 세계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풍부한 사례와 명확한 설명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간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복잡해 보이던 철학적 질문들이 우리 일상 속 고민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철학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생각하는 방식’을 새롭게 조명할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Contents
들어가며
1부 왜 ‘알고리즘으로 철학하기’일까?
1장 | 고리즘의 두 얼굴
2장 | 고대, 바빌로니아ㆍ이집트 문명과 알고리즘의 유래
3장 | 고대, 동아시아의 문제 해결 방식
4장 | 중세, 이슬람 세계의 체계적인 문제 해결 방법
5장 | 근대, 수학과 논리를 통한 알고리즘의 체계화
6장 | 현대, 컴퓨터과학의 발전과 알고리즘의 역할
2부 알고리즘 용어 이해하기
1장 | 표상과 데이터 구조
2장 | 언어와 의미
3장 | 제어 구조와 반복문
4장 | 재귀와 자기참조
5장 | 유형과 제네릭 프로그래밍
6장 | 언어와 알고리즘
3부 알고리즘 용어로 철학 개념 잡기
1장 | 탐욕 알고리즘과 도구적 합리성
2장 | 병렬 처리와 다원성
3장 | 재귀 알고리즘과 재귀성
4장 | 분할정복 방식과 분석적 사고
5장 | 백트래킹과 귀류법
6장 | 그래프와 네트워크 사유
7장 | 유전자 알고리즘과 자유의지 혹은 결정론
8장 | 엔트로피와 오토포이에시스
9장 | 확률 알고리즘과 우연성
4부 알고리즘으로 철학하기
1장 | 구문분석 알고리즘과 언어철학
2장 | 패턴 인식 알고리즘과 게슈탈트 이론
3장 | 강화학습과 경험주의
4장 | 범죄 예측 알고리즘과 정의론
5장 | 베이즈 알고리즘과 과학적 추론
6장 | 객체지향프로그래밍과 객체지향 철학
7장 |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과 신유물론
8장 | 외부 메모리 관리 알고리즘과 기억의 외부화
9장 | GAN 알고리즘과 이드ㆍ자아ㆍ초자아
10장 | 추론 알고리즘과 온톨로지
11장 | 마스터 알고리즘과 전일론
5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미래, 알고리즘 사회
1장 | 맞춤형 광고 알고리즘과 프라이버시 제로 사회
2장 | 블랙박스 알고리즘과 블랙박스 사회
3장 | 데이터 자본주의의 핵심 도구로서의 알고리즘
4장 | 알고리즘의 힘과 플랫폼 자본주의
5장 | 테크노퓨달리즘, 알고리즘이 만든 새로운 종속 구조
나오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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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변정수
학부에서 수학과 전산학을 전공했고, 정보보안과 암호학으로 프랑스 마르세이유 2대학과 툴롱에듀바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SDS, 경찰청, 김앤장 법률사무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서 정보보안, 해킹, 개인정보 유출 등 사이버범죄 수사 및 자문하는 일을 했고, 현재 광운대학교에서 정보보안학, 디지털포렌식, 암호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오랜 실무경력을 통해 기술이 인간을 훈육하고 길들이며 새로운 삶의 형태를 재구성하는 존재임을 체험하고, 10여 년간 ‘수유너머 파랑’ 연구원으로 다양한 현대 기술철학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기술철학, 신유물론, 인공지능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역서로 『컴퓨터로 철학하기』(이상북스)가 있다.
학부에서 수학과 전산학을 전공했고, 정보보안과 암호학으로 프랑스 마르세이유 2대학과 툴롱에듀바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SDS, 경찰청, 김앤장 법률사무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서 정보보안, 해킹, 개인정보 유출 등 사이버범죄 수사 및 자문하는 일을 했고, 현재 광운대학교에서 정보보안학, 디지털포렌식, 암호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오랜 실무경력을 통해 기술이 인간을 훈육하고 길들이며 새로운 삶의 형태를 재구성하는 존재임을 체험하고, 10여 년간 ‘수유너머 파랑’ 연구원으로 다양한 현대 기술철학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기술철학, 신유물론, 인공지능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역서로 『컴퓨터로 철학하기』(이상북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