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최인훈의 아시아』를 읽어야 하는가?
『광장』의 작가 최인훈, 그가 꿈꾼 평화와 공존의 아시아, 그리고 ‘중립화의 상상력’을 조명하다!
세계인에게 한국문학이란 무엇일까? 우리에게 한국문학이란 무엇일까? 그동안 한국문학은 ‘한국인 작가가 한국어로 한국의 사상을 쓴 문학’으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비롯해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시민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문학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이해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와 같은 자각 아래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가장 지적인 작가로 평가되는 최인훈(1936~2018)의 문학을 ‘아시아’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 저작이다. 그 과정에서 『광장』뿐 아니라 그동안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회색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두만강』, 『태풍』 등을 포함하여 최인훈 문학을 새롭게 해석하고, 최인훈의 문학을 식민지와 냉전이 이어진 20세기 동아시아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평화와 공존이 가능한 새로운 세계사의 원리를 탐색한 사유의 실험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무엇보다 이 글은 최인훈의 문학을 사례로 한국문학을 한국문학-동아시아문학-세계문학의 세 가지 정체성이 교차하고 있는 문학으로 제시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즉 최인훈의 생애사, 독서, 이동, 번역, 그리고 문제의식을 검토하는 가운데 한국문학의 층위(한국의 역사, 문학에 대한 관심), 동아시아문학의 층위(동북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역사 및 문학에 대한 관심), 세계문학의 층위(세계의 역사 및 문학에 대한 관심)가 서로 연동하면서 최인훈 문학이 형성되었음을 확인했다는 의미다. 이 책의 제안을 통해 한국문학을 새롭게 이해한다면, 그것을 기반하여 세계시민과 공유하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특장점은 ‘한국인에게 아시아인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를 검토했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한반도 안에서는 자신을 한국인으로 규정하고, 출장이나 해외여행, 혹은 지구적 사안에 관심을 가질 때는 자신을 세계시민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한국인이 자신을 아시아인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반해 최인훈의 문학은 한국인이 아시아인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삶과 일상에 개입한 ‘아시아’의 다양한 면모에 주목했고(식민지, 냉전 등 동아시아의 정치적 현실 및 한국인의 삶에 개입한 일본의 흔적 등), 동시에 자신의 유년 시절 식민지 경험을 성찰하면서 아시아인의 소통을 모색하였으며, 동아시아 문명권의 역사적 의미를 음미하면서 세계사를 새롭게 이해할 가능성을 열어갔다. 『최인훈의 아시아』는 이처럼 최인훈의 문학을 통해 한국인이 한국이라는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아시아인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고자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분단문학’의 틀을 넘는 최인훈의 사유지형을 복원하고, 그의 대표작을 비롯하여 강연이나 평론, 미발표 원고 속에 드러난 ‘중립화’의 철학적 의미를 분석하며, 동시대 지식인들이 고민했던 ‘아시아의 자립’과 ‘냉전 이후의 사유 방식’을 조명하는 데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Contents
『최인훈의 아시아』를 읽는 방법 : 반동의 디스토피아를 넘어설 지혜를 찾다 _박홍규 / 최인훈이 멈춘 곳에서 가능성을 떠올리다 _오혜진
『최인훈의 아시아』를 펼치면서 : 샹그릴라를 찾아서 - 최인훈, 혹은 우리의 아시아 _배주환
최인훈, 아시아를 궁리하며 상상하던 무렵
1장 최인훈, 아시아를 질문하다
최인훈이라는 질문 - 『광장』과 중립국, 그리고 그 너머 / 최인훈의 상상 - 식민지 없는 우리나라가 갈 수 있는 세 가지 길 / 최인훈의 아시아 / 동아시아 냉전 질서를 넘어서 / 시간과의 경쟁을 넘어서 / 새로운 세계사 이해를 향하여 / ‘최인훈의 아시아’를 탐색하는 지도
2장 아시아의 공간 - 냉전을 넘어선 평화의 상상력
(1) 동아시아의 광장, 중립을 쓰다 - 『광장』
① 타고르호를 타고 중립국으로 떠난 이명준
② 동아시아 공동의 광장을 찾아서
(2) 한국의 지식인, 통일을 말하다 - 「크리스마스 캐럴」과 『서유기』
① 필화 사건에 휘말린 작가들
② 조심스럽게 중립을 기억하기, 신중하게 통일을 말하기
(3) 지역의 민중, 민주주의와 평화를 꿈꾸다 -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① 어느 월남인이 기록한 데탕트의 월차 보고서
② ‘광장으로 나오는 공공의 통일론’과 사회적 연대로서의 평화
3장 아시아의 시간 - 비서구 근대의 경험을 통한 보편성의 재인식
(1) 한국이라는 풍토에 이식된 서양 - 『회색인』
① 혁명과 근대를 풍문으로 들은 나라
② 후식민지 한국이 갈 수 있는 길, 혹은 가지 않은 길
(2) 한국의 역사적 경험으로 새롭게 만든 ‘전통’ - 「총독의 소리」
① 겹쳐진 해도 - 1930년대 작가의 질문을 반복하며
② 식민지 문학의 전통을 되짚으며 발견한 보편성의 원리
(3) 망각된 한국 민중의 꿈으로 다시 쓴 인류의 이상 - 『화두』
① 냉전이 끝난 후 소련에서 생각한 것
② 슬픈 육체를 가진 짐승이 내는 별들의 토론 소리, 혹은 탈식민화와 사회적 연대
4장 아시아의 원리 - 연대와 공존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계사의 원리
(1) 근대사를 다시 생각하다 - 「주석의 소리」
① 국민 국가의 역사를 넘어서는 새로운 세계사 쓰기의 조건
② 뒤늦게 마주한 화두, 동아시아 문명권
(2) 식민지를 다시 생각하다 - 『두만강』
① 유년기 추억에 겹쳐진 식민지의 곤혹
② 지역의 일상으로 쓴 식민지의 작은 역사
(3) 세계사를 다시 생각하다 - 『태풍』
① 적도에서 마주한 아시아주의의 유산
② 주변부의 세계사, 혹은 연대와 공존의 꿈
5장 최인훈, 아시아를 생각하다/살다
최인훈과 아시아라는 사상 / 최인훈과 이름 찾기 / 최인훈의 아시아가 멈춘 곳 / 지금 다시, 최인훈의 아시아? / 다시, 아시아의 최인훈? 세계의 최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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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장문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부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식민지/제국과 냉전, 그리고 인간의 너머를 상상했던 동아시아의 사상과 세계문학으로부터 지금을 위한 지혜를 길어 올리고, ‘앎-주체’의 역사와 지식의 공공성을 성찰하기 위해 한국학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조선문학을 권함-오무라 마스오와 한국문학이라는 공유지』(소명출판, 2025)를 썼고, 『문학 ‘읽기’의 방법들-문학이론 도구상자』(이음, 2024)를 함께 옮겼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부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식민지/제국과 냉전, 그리고 인간의 너머를 상상했던 동아시아의 사상과 세계문학으로부터 지금을 위한 지혜를 길어 올리고, ‘앎-주체’의 역사와 지식의 공공성을 성찰하기 위해 한국학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조선문학을 권함-오무라 마스오와 한국문학이라는 공유지』(소명출판, 2025)를 썼고, 『문학 ‘읽기’의 방법들-문학이론 도구상자』(이음, 2024)를 함께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