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자의 내벽에 굵은소금을 박박 문질러대는 것도 같고
칼로 자근자근 저미는 것도 같은 통증이었다.”
“어쩌면 자존심이었는지도 모르겠네, 인간으로서의 자존심.”
“작가의 아버지가 투영된 인물이자 해방 전후 10년 만에 삶이 무너진 주인공 ‘이섭’의 역사를 복원하며, 국가와 사회의 역사가 어떻게 개인의 역사를 망가뜨렸는지를 기록하기 위해 노력한 김이정의 『유령의 시간』이 서둘러 달려온 한국 현대사가 흘린 남겨진 진실, 진정성 등을 수습하는 문학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였기에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_제24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선정 사요
“거창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가 되었다. 중학교 3학년,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 앞에서 나는 비로소 그의 인생에 강력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내겐 한없이 다정했던 그에 대해 갑작스러운 의문들이 생겼다. 아니 인간의 삶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는 왜 갑자기 죽어야 했을까?” _「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분단 79년, 한국 현대사의 증언이자
망각과 무감으로 분절될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
김이정 자전적 장편소설
2015년 발표되어 2016년 제24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김이정의 『유령의 시간』이 새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작가 부친의 이야기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유령의 시간』은 인간성을 짓밟는 전쟁과 분단이라는 폭압의 시간 속에서 사회주의를 택했던 한 남자의 발자국마다 피가 고인 삶을 핍진감 있게 그려내 “한국 현대사가 흘린 남겨진 진실, 진정성 등을 수습하는 문학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전쟁과 분단이 낳은 이념의 대립은 분단 79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 갈등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고 9년 전 발표한 작품 속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달라진 것이라면 이를 망각하고 무감하게 만드는 희미해진 역사의식이지 않을까.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았고 직접 체험자들이 사회구성원으로 함께 공존하는 오래지 않은 역사, 현존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사회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혼자 울고 있는 네다섯 된 아이의 흑백 영상이 지구의 탄생신화만큼 먼 이야기로 만들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의 이야기는 분절되지 않는 진행형이기에 망각과 무감의 시대에 그들의 증언과 기록은 유의미하다. 한국 현대사의 증언이라고 할 수 있는『유령의 시간』을 통한 전쟁과 분단의 폭압적인 인간성 말살의 추체험은 국가와 국민, 공동체와 개인에 대해 입체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줄 것이다.
Contents
프롤로그
노란 택시를 타고 온 손님들
새우 양식장
영석이네
흔들리는 것들
화투점
다시 길 위로
산12번지 시민아파트
해방촌
지우
사회안전법
유령의 시간
에필로그
개정판 작가의 말 | 초판 작가의 말
Author
김이정
숭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문화일보]에 단편소설 「물 묻은 저녁 세상에 낮게 엎드려」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도둑게』, 『그 남자의 방』과 장편소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물속의 사막』, 『유령의 시간』을 출간했다. 『유령의 시간』으로 제24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1960년, 산으로 둘러싸인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외국처럼 낯설던 제주도와 저녁이면 온 하늘이 홍시처럼 붉어지는 충청도 바닷가를 두루 뛰어다니며 자란 것을 큰 축복으로 생각한다. 서울에 올라온 후, 더 이상 뛰어놀 데가 없어 들어간 마을문고에서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을 보며 세상에는 아이들만을 위한 책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 책들을 읽으며 내가 커서 작가가 될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소설집 『네 눈물을 믿지 마』를 출간했다.
숭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문화일보]에 단편소설 「물 묻은 저녁 세상에 낮게 엎드려」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도둑게』, 『그 남자의 방』과 장편소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물속의 사막』, 『유령의 시간』을 출간했다. 『유령의 시간』으로 제24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1960년, 산으로 둘러싸인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외국처럼 낯설던 제주도와 저녁이면 온 하늘이 홍시처럼 붉어지는 충청도 바닷가를 두루 뛰어다니며 자란 것을 큰 축복으로 생각한다. 서울에 올라온 후, 더 이상 뛰어놀 데가 없어 들어간 마을문고에서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을 보며 세상에는 아이들만을 위한 책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 책들을 읽으며 내가 커서 작가가 될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