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극장에서

$12.96
SKU
9791193412558
+ Wish
[Free shipping over $100]

Standard Shipping estimated by Fri 01/24 - Thu 01/30 (주문일로부 10-14 영업일)

Express Shipping estimated by Tue 01/21 - Thu 01/23 (주문일로부 7-9 영업일)

* 안내되는 배송 완료 예상일은 유통사/배송사의 상황에 따라 예고 없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Publication Date 2024/10/16
Pages/Weight/Size 125*200*20mm
ISBN 9791193412558
Categories 소설/시/희곡 > 시/희곡
Description
“내 몸에서 유독 귀만이 문 닫을 줄 모르는 24시간 편의점”

피부 밖으로 나아가는 ‘감정 이입’을 통해
야윈 비명들을 듣는 귀?
누군가를 위로하고 잃어버린 감정을 회복하는 일

1991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선이 시인의 신작 시집 『물의 극장에서』가 걷는사람 시인선 117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따뜻한 서정을 바탕으로 삶의 본질과 미세한 아픔의 결을 시적으로 포착했던 첫 시집 『서서 우는 마음』에 이은 두 번째 시집이다.

『물의 극장에서』는 정서와 사유의 깊이를 보여 주는 시집이다. 시인은 ‘물’이라는 상징을 통해 존재의 유동성과 변화성에 관심을 기울인다. 물은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며 변화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시인은 이 속성을 통해 인간 존재와 감정, 삶의 불안정한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 과정에서 시인은 인간 존재의 내면과 외부세계 사이의 정서적 교감을 섬세하게 그려내는데, ‘물’이라는 상징에 담긴 흘러감과 가변성은 표면적으로는 상실과 고독의 정서를 불러일으키지만, 심층적으로는 존재의 확장과 공감의 발견을 매개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러한 ‘물의 극장’에 출연한 감각적 이미지와 절제된 정서를 관람하면서 여백과 울림으로 다가오는 사유의 깊이를 만나게 된다.

이선이 시인이 생(生)과 사(死), 아(我)와 타아(他我)의 공존의 길을 발견해 가는 여정 역시 이 시집이 가진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세계를 두고 이문재 시인은 “‘피부 안’에 갇힌 감수성이 아니라 ‘피부 밖’으로 나아가는 감정 이입”을 일으키며, “타자와 하나 되려는 능동적 의지”를 드러낸다고 평한다. 즉 존재와 삶의 비의(?意)를 포착하는 가장 탁월한 능력이 ‘감정 이입’인데, 이선이의 시가 바로 그러한 절박한 태도를 줄곧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시집을 읽는 독자는 “들리지 않는 비명을 모으는 소리 채집가”(「부스러기를 위한 노래」)를 자처하고, “아무도 구원해 주지 않는 세계를 기억하”려고 기꺼이 “세이렌의 혀”(「머그잔에도 얼굴이 있다」)가 되기를 포기하지 않으며, 마침내 낮고 뜨거운 평화의 기도를 영혼의 심연에 새기게 된다.

시집의 해설을 쓴 김나영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의 시적 주체가 마치 유리창처럼 “인간이 주도하는 일상과 신이 주재하는 삶을 매개하면서 그 안팎의 경계를 고발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러한 이선이의 시적 성취야말로 경계를 살아내는 자가 필연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유리에 맺힌 슬픔”의 정서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진단한다. “세상의 고통은/혼자 오고 몰래 오고 쉼 없이 와서”(「아이스아메리카노」), “올봄 하청 노동자를 실족시킨 건 운동화 속 돌멩이가 아니라고”(「부스러기를 위한 노래」), “옥상에서 난간까지//착한 사마리아인들의 입주가 시작되었다”(「첫눈」) 같은 구절을 읽으며, 독자들은 시인의 슬픔에 공명(共鳴)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시집 『물의 극장에서』는 작고 사소한 일상의 세부(細部)를 포착하고 여기에서 사회역사적 상처를 읽어내고 있으며, 개인과 세계를 연결하고 중첩하는 가운데 더 이상 번역할 수 없는 한국어의 에센스를 담아내고 있다.
Contents
1부 다목적 박력분 슬픔

저녁의 감촉
생활의 발견
발코니
여름의 입맛
물소뿔을 불다
인디언 서머
산책의 내면사
소소한 운세
언어와의 작별
전입신고서
몽돌해변
돌에 물을 새기다

2부 물방울 기도

네일아트
에피쿠로스의 정원
고드름
아이스아메리카노
머그잔에도 얼굴이 있다
이월
세이렌
순간들
악수의 뒷맛
다국적 한국현대문학수업
겨울 저물녘
일생
나의 부장품
우주의 형편

3부 등을 줍는 사람이 있다

안부
의자
여기의 슬픔
감자의 맛
캠페인
부스러기를 위한 노래
손 없는 날
보금자리주택지구
친구의 운세
논에 물드는 풍경 너머의 풍경
구독자
귀뚜라미
평화
구름의 누설

4부 다르고도 같은 어둠을 베고

첫눈
밤의 가족어 사전
자매들
운우지정
고인 대기실에서
개꿈
헛제삿밥을 먹으며
꽃빛의 내력
동창회 명부 만들기
골안사
박두성 생각
자매를 위한 시
안목안경점
우동국물에 대하여
물의 극장에서
물든다는 것

해설

유리에 맺힌 슬픔
- 김나영(문학평론가)
Author
이선이
경남 진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1991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 『서서 우는 마음』을 냈다. 현재 경희대학교 한국어학과에 재직 중이다.
경남 진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1991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 『서서 우는 마음』을 냈다. 현재 경희대학교 한국어학과에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