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은 대승불교권의 불교도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전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달라이라마 법왕의 법문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불자들이 각자 그들의 언어로 『반야심경』을 염송 공양올리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반야심경』은 경전이지만 짧은 언어로 공성의 정수를 함축하고 있는 『반야경(般若經)』으로 매일 기도문처럼 염송하기도 한다. 그만큼 『반야심경』은 우리에게 익숙한 경전이지만 그뜻이 함축적이고 심오하기에 『반야심경』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티베트 암도 지역 겔룩파 사원인 톨래(툴리) 사원의 수장 아쿠 아왕 갸초린포체의 『반야심경』 해설이다. 『법해보장(法海寶藏)』이라는 이름의 이 법본(法本)은 대승불교 현밀(顯密)의 체계를 광대하게 설한 구결로 그 중 『반야심경』의 주해는 제5권에 해당한다. 전체적인 구성은 한역 『반야심경』의 틀에 맞추어 티베트불교의 『반야심경』과 대승불교의 체계를 폭넓게 해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야심경』의 마지막 구절에 해당하는 반야바라밀주(般若波羅蜜呪)는 인도 대승불교 5도(五道) 10지(十地)의 체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낸 진언이다. 인과의 의미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인도불교의 도차제(道次第)는 티베트불교로 계승되었다. 그것은 승의제를 꽃피우는 공성의 지혜가 모래성과 같은 허무한 공에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한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반야심경』의 핵심이 되는 공성의 지혜뿐만 아니라 뿌리를 다져가며 나아가는 대승불교 깨달음의 단계를 함께 배울 수 있다. 진제와 속제가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게 나아갈 때 세존께서 우유죽을 드시며 깨달은 최초의 진리인 중도를 잃지 않고서 반야의 길로 온전하게 나아갈 수 있다.
저자인 아왕 갸초 린포체는 능숙한 중국어와 한자 능력을 바탕으로 티베트불교와 한역(漢譯)불교 모두를 관통하는 통찰을 이 책 곳곳에서 보여준다. 원전 번역의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은 직접 여러 판본을 대조하면서 해설하였다. 전체적인 흐름의 순서는 한역에 맞추었지만, 한역에 없는 부분일 경우는 티베트본을 인용함으로써 내용에 있어서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원만함을 갖추었다. 게다가 한역불교의 전통에 익숙한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티베트불교와 어떠한 부분에 차이가 드러나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한역 『반야심경』을 독송하는 한국의 불교도들에게는 익숙한 한역에 맞추어 인도 대승불교의 전통을 이은 티베트불교의 정수를 익힐 수 있는 귀한 가르침이 될 것이다.
Contents
머리말
톨래 사원의 역사와 아왕 갸초 린포체 약전
일러두기
티베트본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
현장역(玄?譯)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
제1장 『반야심경』의 총설
제1절 『반야심경』이 설해진 장소와 시간
제2절 『반야심경』의 다른 판본
제3절 심(心), 경(經)에 내포된 뜻
제4절 『반야심경』의 내용 개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