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공기, 코끝에 스치는 깨끗한 냄새. 겨울이에요. 어? 그런데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려와요. 투명하게 달그락거리는 소리. 아, 눈! 눈이에요! 그날이었어요. 내가 눈사람을 만난 건요. 나와 꼭 비슷한 키에, 작고 귀여운 빨간 코, 별콩 같은 두 눈과 나를 보면 언제나 동그랗게 웃어주는 입. 나는 생각했지요. ‘너는 겨울의 선물이구나!’ 그런데 어느덧, 계절의 끝이 다가왔어요. 있잖아요, 사실 나는 ‘끝’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도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시큰하고 자꾸만 불안한 것이, 나는 무서웠어요. 선물처럼 내게 와준 눈사람이 꼭 꿈처럼 다음 날 아침이면 사라져 버릴까 봐요. 이 겨울이 저물어도, 우리가 함께한 이 계절이 영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나의 소중한 눈사람이 녹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내 곁에 영원히 머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