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곧았던 아빠의 허리와 넓은 어깨는 종일 일에 시달린 탓인지 추욱 처져 있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늘 그렇듯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다. 하늘에라도 닿을 듯 매일매일 쑥쑥 커가는 아이들입니다. 밤의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보다 더 환한 그 얼굴을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여는 아빠의 손에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젤리 한 봉지가 들려 있습니다. 문이 열리고, 하루 종일 기다린 아빠를 부르며 달려 나오는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마음은 펴지는데 몸은 여전히 천근만근입니다. 아빠는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리기 위해 같이 놀자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욕조 안에 들어가 스르륵 몸을 누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목욕하러 들어간 아빠가 도무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Author
홍주연
짧지만 달콤하고 따뜻한 시간을 위해 아이도 어른도 길고 지루한 기다림을 이겨내는 게 아닐까요? 기다리는 틈틈이 마음이 녹아내리지 않게 어루만져 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아빠가 주르륵』은 목욕을 좋아하는 남편을 보며 떠올린 이야기입니다.
짧지만 달콤하고 따뜻한 시간을 위해 아이도 어른도 길고 지루한 기다림을 이겨내는 게 아닐까요? 기다리는 틈틈이 마음이 녹아내리지 않게 어루만져 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아빠가 주르륵』은 목욕을 좋아하는 남편을 보며 떠올린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