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새벽 깨끗한 공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아직 채 어둠에서 깨지 못한 푸른 새벽에는 은은한 묵향이 서리어 있습니다. 아버지가 밤새 그린 그림에서 묻어 나오는 향이지요. 그 묵향에는 잠들어 있던 정신을 깨우는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새벽 숲을 향해 나아갑니다. 언제나처럼, 아버지와 함께 물을 길으러 나서는 길입니다. 걷는 걸음걸음 조심스러운 발끝에 닿는 가벼운 바람과 시선 끝에서 날아오르는 학의 날갯짓이 모두 나의 눈과 마음에 담깁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경애의 눈짓으로 바라보며, 그 눈짓을 다시 마음의 거울에 투영해냅니다. 우리는 지금, 훗날 하이얀 종이 위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갈 바로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 길 끝에서 우리는 깊은 산 샘물에 다다릅니다. 아, 아버지, 왜 우리는 한 장의 그림을 위해 새벽의 어둠 속을 걸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이곳까지 와 물을 길어야만 하나요?
Author
이진희
20년째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교육 철학 모임 〈시습재(時習齋)〉에서 배우며 읽고 쓰는 가운데,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오래 살도록 십장생도(十長生圖)에 담았습니다.
20년째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교육 철학 모임 〈시습재(時習齋)〉에서 배우며 읽고 쓰는 가운데,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오래 살도록 십장생도(十長生圖)에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