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넬화학감각센터의 헤르츠 박사 연구팀은 시각과 청각에 비해 후각에 대한 기억이 훨씬 오래간다는 사실을 입증한 바가 있다.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기억해 내는 일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프루스트의『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유래됐다. 후각 신경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은 특별한 점이 있다고 한다. 다른 감각은 모두 시상을 거쳐 대뇌로 전달되어 인지되는데, 후각은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뇌로 바로 전달된다. 그래서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경험에 후각이 동반되었을 때, 오래도록 기억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후각으로 감지한 기억은 정서적, 사회적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홍당무가 기억하는 유년의 냄새는 공교롭게도 대부분 악취였다. ‘집’ 하면 우리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고, 어두운 밤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가장 편안하고 평화로운 장소를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홍당무는 집을 더럽고 두려운 공간으로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홍당무는 부모님이 이혼한 후 동생 펌킨, 아빠와 셋이 살게 됐다. 이혼하기 전에도 엄마와 아빠는 큰 소리로 싸우는 일이 잦았고, 동생과 자신을 차별하는 엄마에게 상처받는 일이 많았지만, 그런 엄마조차 없는 삶이 어린 홍당무에게는 더 가혹했다. 이혼 후 아빠는 집에서 매일 술을 마셨고, 담배를 피웠고, 온갖 버려진 물건을 주워 왔다. 물론, 청소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독한 알코올 냄새와 텁텁한 먼지 냄새, 음식이 썩으면서 나던 고약한 냄새, 재떨이로 용도가 바뀐 머그잔에서 나던 담배꽁초 냄새……. 쓰레기더미로 가득 찬 집에서, 온갖 질병에 시달리며 아버지에게 ‘더러운 쥐새끼’라는 말을 듣고 자란 홍당무는 지금,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Author
이수연
대학에서 실내건축 디자인을 공부하고, 3년 동안 가구를 파는 영업사원으로 일했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지요. 영국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하고 돌아온 후, 지금은 귀여운 쌍둥이와 함께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쓰고 그린 책으로 『이사 가는 날』, 『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등이 있고, 그린 책으로는 『우리 동네엔 위험한 아저씨가 살고 있어요』, 『파란 눈의 내 동생』, 『사자와 소년』 등이 있습니다.
대학에서 실내건축 디자인을 공부하고, 3년 동안 가구를 파는 영업사원으로 일했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지요. 영국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하고 돌아온 후, 지금은 귀여운 쌍둥이와 함께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쓰고 그린 책으로 『이사 가는 날』, 『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등이 있고, 그린 책으로는 『우리 동네엔 위험한 아저씨가 살고 있어요』, 『파란 눈의 내 동생』, 『사자와 소년』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