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한 도복희 시인은 습작 시절 “시는 우주의 언어”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단번에 이해되지는 않지만 시는 그에게 막연한 동경과 그리움 자체였고, 숨겨둔 비밀처럼 가슴에 파고들어 시인을 방황하게 만들었다. 시인은 지금도 여전히 삶 속에서 헤매고 있지만 시의 고리를 놓을 수는 없다고 고백한다.
지방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취재와 기사 마감의 압박 속에서 시인으로 살아내는 것이 쉽진 않지만, 시에 다다르고 싶은 열망으로 그 시간들을 버텨내며, 삶의 모든 중심을 시에 두고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도복희의 시는 아이스크림 튀김 같다. 뜨거운 튀김옷 안에 감춰진 차가운 아이스크림. 높은 온도에서만 튀길 수 있는 시라는 형식 속에 삶을 돌아보는 차가운 시선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시에서 중요한 것이 뜨거움과 차가움의 ‘사이’이다. 그는 이 ‘사이’에 웅크리고 있는 마음을 옮겨 적는 일은 시인의 몫이라 여긴다. 중심이 아닌 주변을 것들에 더 눈길을 주고, 마음을 쓰고, 그 사이에서 멈칫거린다.
Contents
1부
물푸레나무 숲에는 / 몽골에 갈 거란 계획 / 일요일의 언어 / 엄마는 12월의 화투를 좋아했다 / 꽃잎의 시간 / 시인으로 사는 일 / 비의 이유 / 난청의 시간 / 이별 메뉴 / 부드러운 은둔 / 몬트리올 400일 / 1985, 기억을 베어 무니 송곳니가 시리다
2부
사소한 날의 억양 / 드림하우스 103호 / 오후 3시의 전생 / 싱싱한 유서 / 화가가 살던 곳 승차시간 / 바다소리펜션 여주인 / 언제부터 서로에게 모든 기대를 내려놓게 되었나 / 정원에는 비밀이 자란다 / 4개의 파편 / 아무도 몰랐지 303호에 천사가 세 들어 사는 걸 / 여수의 시간 / 명륜당 구절초는 웃자르지 않는다
3부
산속책방에 관한 상상 / 읍사무소가 보이는 화요일 / 가을이 오면 / 6월에서 10월이 오는 동안 / 장미허브가 자라는 집 / 일기를 쓰는 날들 / 마로니에시공원이 있는 풍경 / 길고양이가 사는 골목 / 우리는 때로 돌개바람 앞에 흔들리는 미루나무가 된다 / 4월의 폭우 / 당직 / 월요일의 새삼스러운 다짐 / 청미래덩굴이 자라는 시간
4부
손가락 / 랄라, 나의 스물한 살 / 미희 / 나는 데이지 꽃을 좋아합니다 / 노조미 키류―나는 모범생 딸이었습니다 / 확진 / 입추 무렵의 L씨 / 전복된 저녁 / ‘덜컥’ 하고 보내온 시집 / 골목의 비밀 / 물새 떼 내려앉는 개펄 / 꽃피는 희망
해설
앵글; 멈칫거림의 자리에서 포착한 세계 | 최은묵(시인)
Author
도복희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201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그녀의 사막』 『바퀴는 달의 외곽으로 굴렀다』
『외로움과 동거하는 법』이 있다.
현재 동양일보 취재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201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그녀의 사막』 『바퀴는 달의 외곽으로 굴렀다』
『외로움과 동거하는 법』이 있다.
현재 동양일보 취재부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