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출근길, 늦잠을 잔 탓에 일분일초가 아까운데 오늘따라 욕실에 먼저 들어간 동생은 샤워를 끝낼 줄 모르고, 지하철은 연착되어 발 디딜 틈이 없다. 가까스로 지각은 면했지만, 팀장은 내가 실적 보충 자료를 포함시키지 않아 우리 부서 실적이 제일 꼴찌라며 면박을 준다. 저녁에는 팀장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회식 자리에 참석해 장단을 맞춰야 하고, 퇴근길 지하철에서는 꼰대들의 정치 이야기에 귀가 아플 지경이다. 이처럼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분노 상황에 내몰린다. 불쑥불쑥 치미는 화를 참느라 에너지를 쏟은 탓에,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일에는 집중하기 힘들다. 아무리 분노를 억눌러도 무표정한 얼굴과 까칠한 언행으로 새어 나오고, 그리 화낼 상황이 아닌데 급발진하듯 터져 나와 낭패를 겪기도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터져 나오는 분노로 인해 인간관계에서 고립되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현대인들의 고질병인 우울과 불안, 그 밑바탕에는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거나 떨쳐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깔려 있다. 부정적 감정은 내면에 켜켜이 쌓여 삶의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어낸다. 분노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억눌러 온 분노는 폭력이나 범죄 같은 통제 불가능한 ‘감정의 급발진’을 일으키고 만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분노 상황을 마주한다. 분노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감정이기 때문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서 불안이는 “우리는 모두 제 역할이 있어(We all have a job to do)”라고 말한다. 부정적 감정에도 다 제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노는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분노의 순기능은 무엇일까?
『보통의 분노』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30여 년 넘게 방송과 글을 통해 부부 갈등을 다뤄 온 김병후 원장이 9년 만에 선보이는 화제의 신작이다. 오래전 『너』라는 책에서 인간관계와 소통에 집중했던 저자는 이번 책 『보통의 분노』를 펴내며 “분노에 압도되고 희생당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우리는 분노에 대해 정말로 모른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 삶의 흔하고 중요한 감정인 분노의 역할과, ‘감정의 급발진’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올바른 분노 사용법을 알려 준다. 또한 정당한 분노가 건강하게 표현될 때 인간관계와 사회 발전에 어떻게 이바지하는지 이야기한다.
Contents
프롤로그_분노는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9
제1장. 생활 속에 흔한 화
관계에서 출현하는 화,
관계 속에서 화의 역할은 무엇일까?
평범한 일상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분노들 21
화는 왜 나는 것일까? 24
분노의 정체 : 자신은 공정하다는 착각 25
관계가 형성되는 순간 서로는 화의 대상이 된다 27
| 교통사고 | 폭력 조직과 연루된 대출 | 스토커
순간적으로 형성되는 관계에서의 분노 30
긍정적인 관계에서도 생겨나는 화 32
사회적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화 33
제2장. 폭력으로 실현되는 분노, 그 조건
죽음과 파멸에 이르게 하는
파괴 욕망은 인간의 본능일까?
분노조절장애의 이면 39
저성장한 사회에서 벌어지는 습관적인 폭력 42
우리 사회 다양한 폭력의 양상 45
| 가정 내 폭력 | 같은 사회 구성원을 향한 대량 살상 행위 | 조현병 환자의 묻지 마 폭력
| 피해망상으로 인한 폭력의 예 | 무모하고 잔인한 전쟁들 | 엽기적인 살인자 | 감정적 폭력과 도구적 폭력
성적 욕망과 파괴적 욕망 62
| 습관적 폭력자와 사이코패스의 차이
제3장. 생애 주기별 분노
친밀한 관계는 통제를 전제한다
이는 억압일까, 권리일까?
생후 주기별 분노가 출현하는 이유 69
갓난아기의 분노 70
아동기의 분노 72
| 자기 발달을 알리기 위한 행위로서의 분노 | 놀이의 의미와 놀이의 박탈 | 형제자매 간 질투로 인한 분노와 공정성의 획득
사춘기의 분노 77
| 자율성 발달을 위한 절대 행위 | 또래 갈등, 왕따와 학교 폭력
청년기의 분노 81
| 연인 간 갈등과 분노 : 통제인가, 권리인가? | 극렬하게 분노하는 늦된 사춘기
초중기 결혼 생활에서 나타나는 분노 84
| 육아와 스트레스 | 여성이 자기 남자에게 쉽게 화를 내는 이유 | 아내가 아플 때 남편이 자주 혼나는 이유
제4장. 분노의 기원과 실체
우리가 느끼는 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인간의 분노는 어떻게 진화했나 95
| 분노의 기원 : 적대적 분노 행위의 원형 | 사회적 동물과 새로운 분노의 출현 | 분노의 진화 : 소통을 위한 분노의 출현
| 분노의 인지적 요소 |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파괴적 행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적 분노 99
| 공격당하는 상황에 대한 분노 | 행동 제한에 따른 분노 | 효율적이지 않은 자신에 대한 분노
관계에서 발현되는 사회적 분노 105
| 관계의 성립과 분노
관계가 성립된 후의 분노 110
| 불공정한 관계에서 오는 분노 | 불통의 관계에서 오는 분노
생존형 분노에서 파생된 관계적 분노 114
| 다름과 차이에서 오는 분노 | 비효율적으로 행동한 내 편을 향한 가혹한 분노
제5장. 공공의 질서와 공적 분노
우리는 왜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에게도 화가 날까?
공적 분노의 대상이 된 ‘부산 돌려차기 남’ 125
사회 질서를 지키기 위한 분노 127
| 공공의 비난이 두려운 이유
공적 분노의 역할과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 130
도덕적 가치와 공공성을 가진 분노 131
운전 문화로 보는 공적 분노의 형태 134
| 과도한 규제로 공적 분노가 위축된다면 | 대중에 의해 만들어지고 작동되는 공적 분노
대중의 호감과 공적 분노로 만들어지는 여론 143
| 정보 교환과 정서적 교류를 담당하는 대화 | 뒷담화의 사회적 기능 | 무가치한 뒷담화 vs 힘을 가진 뒷담화
|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뒷담화 | 인공지능은 분노를 느낄 수 있을까?
공적 분노로 다뤄야 할 사회 현상 151
| 경쟁 사회에서 청소년기를 빼앗긴 외톨이들 |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
제6장. 분노의 남용
인간은 어떻게 분노를
잘못 사용하는가?
남용될 수 있는 분노의 속성들 165
| 삶에 반드시 필요한 부정적인 감정 | 인간 분노의 파괴적 속성 | 억압, 축적, 발현되는 분노의 단계
| 분노에 생각이 가미되면서 나오는 주관성 | 객관성이 결여된 분노의 남용
남용되는 분노의 예 173
| 압도당한 분노, 로드 레이지 | 훌리건들의 무분별한 난동 | 회사에 만연한 ‘직장 내 괴롭힘’
| 분노를 외도로 푸는 사람들 | 분노로 자신을 파괴하는 청소년 | 격노하는 지도자
| 남용될 수 있는 공공의 분노 | 다름을 분노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
해결되기 어려운 분노의 남용 사례 185
| 남용된 분노에 똑같이 대응하는 사람들 | 습관적인 짜증과 분노 그리고 우울 | 풀기 어려운 해결점을 요구하는 경우
| 상대의 잘못을 반드시 교정해야 하는 사람 | 부정적 예측으로 관계를 해치는 사람
|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알면서 무시한다는 사람 | 공정하지 못한 잣대를 적용하는 경우
제7장. 세련된 분노
분노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아지의 ‘화’를 통한 소통 201
자신을 성장시키는 분노 206
사랑과 분노가 종교의 주요 가르침인 이유 207
승화된 전쟁, 스포츠 209
가상 세계에서나 문화 속에서의 분노 211
자신을 향한 적절한 분노 212
전쟁이나 생명을 담보할 때의 분노 213
제8장. 분노의 바른 사용법
분노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분노를 다루는 바람직한 과정 221
분노의 주관성과 객관성 222
분노의 이해와 화합 224
분노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226
건강한 분노가 바르게 사용되는 사회 230
Author
김병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1987년에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김병후 정신과의원’과 ‘부부클리닉 후’에 참여하여 진료하고 있으며, 연세의대, 경희의대, 이화여자의대에서 외래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행복가정재단’과 ‘한국청소년재단’의 이사장, ‘딸사랑아버지모임’의 대표로서 대한민국 가정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KBS <아침마당>, SBS <뉴스 따라잡기>, EBS <60분 부모>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하여 많은 부부와 가족 문제를 상담해왔다. 전문가로서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살아 있는 상담을 해줌으로써 갈등과 좌절에 부딪힌 여러 부부와 가족들을 위기에서 구해 주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 밖에 <조선일보><한국일보><시사저널> 등에 고정칼럼을 연재했고, 여러 기업과 관공서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우리 부부, 정말 괜찮은 걸까?》《아버지를 위한 변명》《여자는 절대 모르는 남자이야기》(공저), 옮긴 책으로는 《잠의 치유력》《내 마음속에 날씬한 내가 있다》 등이 있다.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1987년에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김병후 정신과의원’과 ‘부부클리닉 후’에 참여하여 진료하고 있으며, 연세의대, 경희의대, 이화여자의대에서 외래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행복가정재단’과 ‘한국청소년재단’의 이사장, ‘딸사랑아버지모임’의 대표로서 대한민국 가정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KBS <아침마당>, SBS <뉴스 따라잡기>, EBS <60분 부모>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하여 많은 부부와 가족 문제를 상담해왔다. 전문가로서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살아 있는 상담을 해줌으로써 갈등과 좌절에 부딪힌 여러 부부와 가족들을 위기에서 구해 주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 밖에 <조선일보><한국일보><시사저널> 등에 고정칼럼을 연재했고, 여러 기업과 관공서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우리 부부, 정말 괜찮은 걸까?》《아버지를 위한 변명》《여자는 절대 모르는 남자이야기》(공저), 옮긴 책으로는 《잠의 치유력》《내 마음속에 날씬한 내가 있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