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 내린 뒤 얕은 물웅덩이가 생겼다. 그 속으로 높은 하늘이 쏙 들어와 있다. 빗물에 씻긴 나뭇잎은 더 싱그러워졌다. 다듬지 못한 상념이 떠오를 때마다 글을 써 내려갔다. 지난 삶을 뒤적일 수 있어 내겐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생명의 신비를 지켜봤기에 우리 어리석음으로 성심이 더 상처받지 않으시길 바랄 뿐이었다. 한 걸음도 내딛기 어려운 때 이 지면은 빛이 됐다. 덕분에 글 쓰는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분 사랑은 언제나 놀랍다. 생명의 찬란함이 스며들어 더 아름답게 빛나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 홍연수 마리아
융통성 없고 고지식한 제가 왜 소설가가 되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동화책 영향이 크겠지만 구라(?) 잘 치는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소설 쓰기를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황광지 가타리나 선생님이 같이 신앙수필집을 내자고 권하셨습니다. 일기도 거짓말로 쓰고 싶어 하는 제가 감히 수필이라니…. 부족한 마음으로 할 수 없다고 했었지만,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해서 욕심이 생겨버렸습니다. 제일 먼저 든 걱정이 ‘솔직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나 자신에게 나를 제대로, 진정으로 설명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거짓말하지 않고 상대에게 최선을 다해 응답할 수 있는지도 물어보았습니다. 그렇지 않음이 명확했습니다. 그런데 수필을 쓰겠다고 나섰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를 저보다 더 잘 알고 사랑해 주신다는 믿음으로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하느님께서 보시고 “좋구나!” 하시면 좋겠습니다.- 고굉주 에스더
5년 여정을 무사히 걷게 해 주신 주님께 깊이 고개 숙인다. 함께 글동무가 된 분들, 특히 장르가 다른데 발걸음을 맞춰준 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올해로 끝내는 아쉬움보다는 이 작은 작업이 겨자씨처럼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가톨릭문학이 활기차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표지글로 책을 빛나게 해 주신 이상록 홍보국장 신부님과 도경회 회장님, 그동안 자신의 일처럼 책을 곱게 손질해 주신 불휘미디어 식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황광지 가타리나
Contents
홍연수 마리아 편
눈빛들 10
여린 봄 13
선물 16
몰랐던 것 19
참 소중하셔요 25
꿀잠 30
아유 33
두려움 36
아버지 39
기다림 43
보았다 47
손길 51
지렁이 한 마리 54
고굉주 에스더 편
명례에서 걷다 58
들음 62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 66
매장 69
승부욕 72
믿음의 골은… 깊다 76
여린 것의 죽음 80
돈값 핏값 83
게실염 86
같은 믿음으로 89
또 올게요, 꼭 계셔주셔요 92
숨 95
하느님께서 귀 기울여주시면 99
황광지 가타리나 편
덕용성냥을 그으며 104
연풍성지에서 107
반달이 110
디어 에반 핸슨 112
아버지 성 요셉 115
거룩한 어머니 118
그렇게 만나 121
시몬 말고 나 123
비둘기의 노래 125
주님의 뜻 128
물안개 131
여기까지 134
평화순례 137
Author
홍연수,고굉주,황광지
2020년 마산교구 가톨릭문학 신인상 수필부문으로 등단하였다. 간호사·조산사로 다양한 환경에서 근무하였고, 창원·서울에서 보호관찰위원 활동과 서울가톨릭교리신학원 종교학과정 이수 후 생명수호활동가로 성인자립장애인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명서동성당 소속이다.
2020년 마산교구 가톨릭문학 신인상 수필부문으로 등단하였다. 간호사·조산사로 다양한 환경에서 근무하였고, 창원·서울에서 보호관찰위원 활동과 서울가톨릭교리신학원 종교학과정 이수 후 생명수호활동가로 성인자립장애인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명서동성당 소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