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사는 한국인들이 대부분 선호하는 아파트는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 평수에 따라 대략의 평면도가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다. 각 가정의 생활 패턴에 맞게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 해도 ‘요즘 유행하는’ 어떤 어떤 스타일을 벗어나긴 어렵다. 집이 좁을수록 선택의 여지는 더욱 줄어들어서 거의 똑같이 생긴 작은 오피스텔이나 원룸은 더 큰 집으로 이사 가기 전 거쳐가는 임시 거주지 같은 느낌이다.
‘네버 투 스몰’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처음 빠져들었던 것은 작은 평수의 집들이 저렇게 다채롭고 과감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가 하는 경탄의 마음에서였다. 거기엔 작은 집에 사는 사람들의 필요를 고민하고 이해하는 건축가들이 있었다. 이 책 《네버 투 스몰》의 원서를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그 유튜브 채널을 만났을 때와 같은 설렘과 재미를 느꼈다. 그동안 영상에서 소개된 집들 중 대표적인 곳들을 추려서, 한 발 더 가까이 들여다보며 설명을 해주는 기획이다. 내용도 알차지만, 무엇보다 짧은 영상에서 빨리 지나가버리는 집 안 곳곳의 풍경을 전문가의 고화질 사진으로 오래 바라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그건 책이라는 매체가 가진 매력일 텐데, 책의 디자인도 소장용으로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감각적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집들을 있는 그대로 한국에 들여온다면 문화와 기후가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각 집마다 반영된 건축가의 방향성, 각 집마다 품고 있는 세세한 디테일들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작은 집과 작은 방에도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페이지를 넘기며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의 묘미일 수 있겠다. 아니, 그저 페이지를 넘겨 보기만 해도 즐거운 책이다.
Contents
머리말
다양화하다
카이로 플랫
타라
타이프가 아파트
조지
더 워런
확대하다
보네카
건축적 (무)질서
엘 카마린
리카비토스 언덕 스튜디오 아파트
로프트 하우스
밀라노 프라이빗 아파트
첼시 아파트
확장하다
콘크리트 정글 속 라탄
피아노 아파트
요지겐 포켓토
리비에라 캐빈
아이티너런트
로프트 바윅슬로테르함
재생하다
카이로 스튜디오
커루트
브레라
바비컨 스튜디오
스몰 타운하우스
달링허스트
라 프티트 메종 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