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예술은 본질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미술 업고 튄 법학자의 크로스오버 명화에세이
여기 전 세계 미술관들을 종횡무진 누비며 ‘미술 업고 튄 법학자’가 있다. 변호사이기도 한 그가 법원보다 미술관을 자주 찾는 이유는, 그림에서 법학의 새로운 관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법률이 엄숙한 법정과 벽돌책 법전에만 존재한다는 잿빛 생각을 다채로운 컬러로 채색한다. 법학자가 입힌 25가지 컬러는 이 책 『미술관에 간 법학자』가 됐다. 저자는, 뱅크시의 그라피티가 소더비에서 300억 원 넘게 팔리는 과정에서 상법상 위탁매매의 법률관계를 설명하고, ‘미술계의 리먼 사태’로 불리는 마크 로스코와 잭슨 폴록 위작사건을 다루면서 ‘사기와 착오의 법리’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컬러는 예술인가 혹은 기술인가?’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고는, 색의 독점사용에 얽힌 계약자유의 원칙 및 특허권과 상표권 범위를 되짚는다. 밀레의 〈만종〉과 이중섭의 〈소〉를 감상하며 추급권 개념을 끄집어내는 대목도 이채롭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라는 장 콕토의 일성은 예술지상주의를 저격하는 동시에 예술의 자유를 변론한다. 가령 무단으로 타인의 건물 벽에 그림을 그리는 그라피티는 태생적으로 위법하지만, 이로 인해 예술의 본성 자체가 부정되어선 곤란하다. 미술관에서 풀어놓은 법학자의 이야기보따리가 매우 논쟁적인 까닭이다. 화가들이 즐겨 그린 종교와 신화, 역사의 결정적 장면들은 그 자체가 법학의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기도 한다. 친모를 가리는 솔로몬 재판을 그린 푸생의 그림은 대리모와 익명출산 논쟁으로 이어지고, 루벤스가 그린 ‘파리스의 사심 가득한 심판’에서는 판사의 제척·기피·회피 및 사법의 공정성 문제가 읽힌다. 아폴론에게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지는 박피형을 당하는 마르시아스를 그린 티치아노의 그림은 근대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소환한다. 이처럼 법률전문가의 전유물인 법학은 미술을 만나 교양인의 풍요로운 양식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Contents
ㆍ프롤로그 : ‘예술’을 보호하는 ‘법’이라는 호위무사
[제1법정] 그림에 담긴 기본권의 역사
ㆍ일은 어떻게 세상을 나누는가 : 우리 안에 기생해 온 노동착취와 계급, 노예의 역사
ㆍ메멘토 모리 : 법학이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ㆍ전쟁을 심판한 그림들 : 전쟁법과 양심적 병역거부를 소환하다
ㆍ입은 비뚤어져도 할 말은 하는 법리 :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가 충돌할 때
ㆍ당신의 깃털은 안녕하신가요 : 조세저항을 그린 누드화
ㆍ‘극복’이란 시선을 극복한다는 것 : ‘장애’와 ‘차별’에 대한 오해와 편견들
ㆍ공화의 함의 : 민주주의는 항상 옳은가
ㆍ심판관 파리스의 사랑은 유죄 : 제척·기피·회피와 사법의 공정성
[제2법정] 인간의 위선을 제소한 그림들
ㆍ예술을 돈으로 바꾸는 연금술사들 : 미술품 경매에 얽힌 법률문제 톺아보기
ㆍ위선의 아틀리에 : 위작에 담긴 사기와 착오의 법리
ㆍ형벌은 어떻게 폭력이 되었나 : 죄형법정주의의 뿌리를 찾아서
ㆍ나는 그림 속 그들이 한 일을 알고 있다 : 거장들이 그린 성폭력과 보복의 미술사
ㆍ그림, 전쟁과 함께 사라지다 : 홀로코스트 아트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
ㆍ그림값의 잔혹사 : 뇌물의 역사와 돈세탁의 표백제가 된 걸작들
ㆍ엄마의 탄생 : 대리모와 익명출산 논쟁을 바라보며
ㆍ술이란 핑계를 처벌하라 : 주취감형, 술에 얽힌 법의 모순
ㆍ법률가의 초상 : 법복에 가려진 위선의 그림자
[제3법정] 예술을 살리는 법, 혹은 죽이는 법
ㆍ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 예술과 음란의 경계
ㆍ색을 독점하다 : 작가의 컬러와 산업재산권을 둘러싼 다툼
ㆍ흉물과 예술 사이 : 공공미술의 공익성과 저작인격권의 충돌
ㆍ재주는 작가가 부리고 돈은 누가 챙길까 : 추급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ㆍ영국 박물관이 세계인의 것이라고요? : 문화재 반환을 둘러싼 논쟁
ㆍ루브르는 박물관일까, 미술관일까 : 법이 나눈 미술관과 박물관 구분의 속내
ㆍ예술을 모의했던 사람들 : 예술가의 결사의 자유와 근·현대 미술사조들
ㆍ불온한 그림, 안온한 그림 : 학문을 향한 거장들의 다른 시선
ㆍ작품 찾아보기 / ㆍ인명 찾아보기 / ㆍ참고문헌
Author
김현진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법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학자와 변호사가 됐다. 지금은 인하대학교 로스쿨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창시절 화실을 다니며 그림을 그렸던 저자는 대학생 때 훌쩍 떠난 배낭여행 중 미술관에서 만난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과 감성의 근육을 키웠다. 이후 뉴욕에서의 교환학생 시절부터 시카고 유학생활 그리고 파리에서 안식년을 보내는 내내 수많은 미술관을 종횡무진하며 법학자의 형형한 눈으로 명작의 숲을 탐사했다.
저자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늘 그림 속에 펼쳐진 세상이 궁금했다.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을 공부할수록 그 안에 담긴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법학이 읽혔다. 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헤치는 일은 이 책 <미술관에 간 법학자>의 집필로 이어졌다. 저자는 현재 민법을 가르치면서 프랑스 민법과의 비교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로스쿨 최초로 ‘예술과 법’ 강의를 개설했고, 이를 통해 법과 예술 분야를 연결하는 예비 법조인들을 양성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법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학자와 변호사가 됐다. 지금은 인하대학교 로스쿨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창시절 화실을 다니며 그림을 그렸던 저자는 대학생 때 훌쩍 떠난 배낭여행 중 미술관에서 만난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과 감성의 근육을 키웠다. 이후 뉴욕에서의 교환학생 시절부터 시카고 유학생활 그리고 파리에서 안식년을 보내는 내내 수많은 미술관을 종횡무진하며 법학자의 형형한 눈으로 명작의 숲을 탐사했다.
저자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늘 그림 속에 펼쳐진 세상이 궁금했다.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을 공부할수록 그 안에 담긴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법학이 읽혔다. 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헤치는 일은 이 책 <미술관에 간 법학자>의 집필로 이어졌다. 저자는 현재 민법을 가르치면서 프랑스 민법과의 비교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로스쿨 최초로 ‘예술과 법’ 강의를 개설했고, 이를 통해 법과 예술 분야를 연결하는 예비 법조인들을 양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