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문제의식과 분석 대상은 전후 영국 사회라는 구체적이고 특수한 맥락에서 나왔지만, 출간 당시의 시공간이란 맥락을 훌쩍 뛰어넘어 2020년대 한국 사회에도 큰 시사점을 줄 것이다. 홀이 지적했듯이, 문화연구자에게 이론이란 현실에 도식적으로 적용하는 도구이자 모델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끊임없이 날카롭게 성찰하면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구체적인 작업을 통해 이를 규명하다 보면 우리 상황에 적합한 해답을 나름대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홀의 저술은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지적, 정치적 감각을 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