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자본의 시대는 가고 플랫폼 자본의 시대가 도래했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네이버로 대표되는 포털은 모든 시민에게 주된 뉴스원이자 지식의 원천, 토론의 장으로 떠올랐다. 포털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급성장해 지상파와 중앙 일간지 등 모든 전통적 ‘언론사’의 규모를 추월했다. 포털은 이제 주식 시장을 주도하는 거대 기업이자 메신저, 상거래, 금융 등 온갖 업종으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한때 주변 산업에 국한되던 이른바 ‘정보재’는 이제 자본주의 경제의 꽃으로 부상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은 전 세계 자본주의를 좌우하는 자본이다. 점점 더 많은 업종이 플랫폼 기반으로 포섭되고 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 시대에는 문화적 취향과 욕구라는 단어의 의미까지도 크게 달라졌다. 빅 데이터와 알고리즘은 새로운 시대 분위기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이제 자본의 논리는 삶의 모든 영역에 침투해 인간과 사회의 본질까지 바꿔 놓고 있다. 미디어 정치경제학이 할 일이 산적한 시대가 되었다.
반면에 한국 사회의 의제를 주도하던 언론사의 위상은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기레기’라는 단어가 일상어처럼 통용되고 메이저 언론사까지 ‘어뷰징’이나 ‘낚시성’ 기사로 조롱거리가 된 현실은 플랫폼이 주도하는 미디어 지형에서 클릭 수에 목을 매는 언론의 현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위축된 언론만큼이나 미디어 정치경제학도 예전 같지 않다. 미디어 정치경제학이 추구하던 문제의식이 그냥 시대정신처럼 수용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학문의 장에서 치열한 지적 투쟁을 통해서 존재 의의를 증명해야 한다.
Contents
1장 도덕경제론과 미디어 경제
2장 가치이론, 수용자상품론과 미디어 정치경제학의 개념적 토대
3장 미디어 정치경제학의 남용과 오용
4장 미디어 정치경제학의 한계와 가능성
Author
임영호
서른 즈음에 미국 유학길을 떠나면서 비행기를 처음 타본 촌사람이자 40대 중반에야 영국 여행으로 유럽이라는 신세계에 눈을 뜬 늦깎이 여행자다. 이후 전 세계를 다니면서 새로운 문화에 대한 탐구를 시작해, 코로나19로 길이 막히기 전까지 76개국의 수많은 도시와 시골을 여행했다. 이러한 여행을 통해 이 책 외에도 《유럽과 소비에트 변방 기행: 조지아 · 우크라이나 · 벨라루스》를 썼다. 부산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저널리즘과 문화연구, 이론의 지식사 등을 연구하고 있다. 《왜 다시 미디어 정치경제학인가》, 《학문의 장, 지식의 제도화》 등을 비롯해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으며, 신문과 잡지 등에도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왔다.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단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중앙일보〉와 〈부산일보〉 독자위원,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서른 즈음에 미국 유학길을 떠나면서 비행기를 처음 타본 촌사람이자 40대 중반에야 영국 여행으로 유럽이라는 신세계에 눈을 뜬 늦깎이 여행자다. 이후 전 세계를 다니면서 새로운 문화에 대한 탐구를 시작해, 코로나19로 길이 막히기 전까지 76개국의 수많은 도시와 시골을 여행했다. 이러한 여행을 통해 이 책 외에도 《유럽과 소비에트 변방 기행: 조지아 · 우크라이나 · 벨라루스》를 썼다. 부산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저널리즘과 문화연구, 이론의 지식사 등을 연구하고 있다. 《왜 다시 미디어 정치경제학인가》, 《학문의 장, 지식의 제도화》 등을 비롯해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으며, 신문과 잡지 등에도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왔다.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단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중앙일보〉와 〈부산일보〉 독자위원,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