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일상을 일상어로 받아 적었다. 그래도 시가 된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시인은 시는 어렵고 지루하고 난해하다는 선입견을 불식시킨다. 분명 한 사람의 시인이 쓴 시인데,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가난은 어느 한 시대에만 집중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가만히 짚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가족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담담하다. 가족 해체, 핵가족 시대라고 해도 가족은 언제나 끊어지지 않는 핏줄로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어서 또 하나의 나처럼 함께 아프고 함께 슬프지만 아내가 남편에게, 엄마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건너가는 보폭에는 너무 들뜨지도 너무 소원하지도 않은 넌짓한 크기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시인이, 길어야 백 년, 길어도 백 년인 인생을 꽉 찬 듯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사랑하며 사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다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부분에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시집은 쉽다. 그러나 여운이 길다.
Contents
쓰레빠 예찬
제1부
깡으로 버티다/ 타워팰리스 유감/ 대동천변에서/ 맹렬한 목숨/ 오래된 습성/ 염천/ 슬픈 속도/ 가난해도 싸다/ 파시/ 후조/ 나도 먹고 싶지 않은 밥이 있다/ 주홍글씨/ 놀라운 일/ 아내, 내 안의 사람/ 날맹이집/ 버거킹/ 수인(囚人)의 노래
제2부
어떤 죗값/ 사랑밖에 몰라/ 가족의 맛/ 금강 변에서/ 성주/ 연어/ 물컹한 침묵/ 단대목 특수/ 치우는 일/ 이제 와 하는 반성/ 옥분이 오빠네 집/ 참 무던하신 양반/ 장마/ 그늘/ 무게/ 모과/ 내가 이래도 되나 하고/ 남대천
제3부
순장/ 가로등 불빛이 창으로 걸어들어와 달빛행세를 하는 밤에/ 서울 아리랑/ 임계에서/ 해질녘/ 소곡/ 오후/ 메아리는 절망이다/ 나도 겁쟁이다/ 대화의 정석/ 긴 것은 징그럽다/ 순록의 눈물/ 흰 똥/ 바구미들/ 엄숙한 보행
제4부
이웃/ 천년은행나무의 말씀/ 영산/ 없어도 있는/ 밑천/ 물은 전부 다 용왕님 소관/ 오도재를 넘어/ 극치/ 개구신 지기다/ 쑥이 지천이다/ 문자를 받다/ 돌이킬 수 없는/ 무덤/ 부드러운 단면/ 시절 인연
[인터뷰] 시에 대한 일관된 열정과 자긍심
Author
김영선
경상북도 문경에서 출생했다. 좀 늦은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했고 ‘시몰이’ 동인이며 대전에서 시를 쓰고 있다. 시를 만난 지 20여 년이 되었지만, 따로 문학 모임이나, 문학 행사 같은 곳에 적을 두고 살지 못했다. 정말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시를 읽는 ‘시몰이’ 동인이기는 하지마는, 지방에 살고 있고, 생업에 매여 자주 참석하지도 못한다. 아직 문단에 소속되지도 못했고 문인들과의 교류도 드물다. 늘 시를 생각하고, 시를 읽고, 시를 궁금해 하지만, 스스로 시인이라는 말을 써보지 않았다. 어줍다. 시집이 나오면 누군가 나에게 시인이라고 불러도 좀 덜 어줍을 것 같다.
경상북도 문경에서 출생했다. 좀 늦은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했고 ‘시몰이’ 동인이며 대전에서 시를 쓰고 있다. 시를 만난 지 20여 년이 되었지만, 따로 문학 모임이나, 문학 행사 같은 곳에 적을 두고 살지 못했다. 정말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시를 읽는 ‘시몰이’ 동인이기는 하지마는, 지방에 살고 있고, 생업에 매여 자주 참석하지도 못한다. 아직 문단에 소속되지도 못했고 문인들과의 교류도 드물다. 늘 시를 생각하고, 시를 읽고, 시를 궁금해 하지만, 스스로 시인이라는 말을 써보지 않았다. 어줍다. 시집이 나오면 누군가 나에게 시인이라고 불러도 좀 덜 어줍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