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의 문학』은 김윤이 시인의 첫 번째 평론집으로,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라는 이름」, 「팜므 파탈과 헌신적 사랑 사이에서」 등 32편의 평론이 실려 있다. 김윤이 시인은 “메타버스 시대에도 여전히 문학이 존재할 것을, 나는 믿는다”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이 과감한 “믿음”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것은 단언컨대 ‘사랑’ 때문이다. 김윤이 시인이 주목하는 ‘사랑’은 “타자에 대한 책임과 윤리”로, 롤랑 바르트와 알랭 바디우의 말을 빌려 적자면 “사랑은 일생일대 사건이자 타자와 세계에 대한 탐색”이다. ‘사랑’은 그것 자체로 충실성을 요청하는데, “타인은 온전히 가닿을 수 없는 영역”이기에 그러하며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새롭게 탄생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곳은 “사랑과 연애마저도 대상의 선택에 집중해 있”다. 따라서 그가 진정한 시인이라면 “시인이 추구하는 연애 형식에는 어떤 간절함이 묻어 있으니 현실과의 불화는 예견”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서정시는 오히려 “사회적 실체를 정확히, 그리고 자발적으로” 반영하고 재현할 수밖에 없으며, 반드시 그러해야 한다.
김윤이 시인이 『메타버스 시대의 문학』의 첫머리에서 메두사를 재조명하고 책 곳곳에서 허수경을 반복해 호명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요컨대 예술이란 “복합적으로 매개되는 차원의 우회적 창출 행위”로, 그것은 여성의 삶에 중첩된 인류사적 폭력의 현장들 한가운데로 우리를 몰아세운다. 그곳에서 목도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인종(은) 제 종(種)을 얼마든지 언제든지 살해할 수 있는 종”이라는 참상이다. 그 한 자락에 예컨대 자살로 은폐되어 왔던 오필리아의 타살이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낸다. 김윤이 시인이 정리한 바를 적자면, 오필리아는 “살아생전 자신의 말을 일절 하지 못하던 침묵하는 여자, 그 후 광기에 차고 자신의 말을 하는 미친 여자, 마지막으로 영원한 침묵으로 자신의 말을 하는 여자”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바로 이때, 즉 그녀가 “영원한 침묵으로 자신의 말”을 하기 시작할 때, “침묵과 강요에 잠식당했던 여자의 자기실현적인 사랑의 최후 형식”이 작동되기 시작한다. 정언컨대 『메타버스 시대의 문학』은 우리 시대에 단연 돋보이는 급진적이며 정치적인 ‘사랑의 윤리학’이다.
Contents
005 책머리에
제1부
017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라는 이름―앨리스 먼로 「디어 라이프」와 히가시노 게이고 [기린의 날개]
037 팜므 파탈과 헌신적 사랑 사이에서―살로메와 올렌카
055 떠도는 영혼, 죽음이라는 불연속성 앞에서의 사랑―오필리아
063 바꿀 수 없는 한 가지, 그들 사랑의 불멸주의자―히스클리프와 개츠비
076 타인과 우리, 환대의 자리―이양지의 [유희]와 정용준의 [가나]를 중심으로
101 불완전함에 매료된 작가, 줌파 라히리―「일시적인 문제」, 「섹시」를 중심으로
제2부
119 물, 허수경식 사랑법―허수경 시와 에세이
144 색채의 심상들―바슐라르 이미지론을 중심으로
171 무의식―편지와 멜랑콜리를 중심으로
202 숲에 부는 봄바람, 명랑과 우울―황인숙 시를 중심으로
233 한국 현대사에서 현대사회의 시각문화까지―현대사를 중심으로
268 환상성―알레고리와 은유/환유를 중심으로
308 시적 순간―몸 인식을 중심으로
336 사랑의 이미지―사랑의 상상 구조
361 잔존하는 이미지―재현을 둘러싼 작품들
제3부
397 페미니즘 인식으로 구축된 첫 시집―주민현, [킬트, 그리고 퀼트]
409 응집의 구심력으로 구축된 첫 시집―박은영, [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
419 당신은 계절이 있어? 다섯 시가 있어?―고은진주, [아슬하게 맹목적인 나날]
430 슬픈 그녀는 호모 루덴스, 진지함을 포섭하는 그녀의 놀이―윤은영, [시옷처럼 랄랄라]
441 대속과 참여, 몽환과 예술―강신애, [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
450 ‘사랑, 초월, 욕망, 소환’이라는 그의 서랍에 말 건네기―박현수, [사물에 말 건네기]
458 그가 희망하는 공유 감정, 시와 공동체―김태형, [네 눈물은 신의 발등 위에 떨어질 거야]
467 절망과 기교, 언어들의 연쇄―김박은경, [못 속에는 못 속이는 이야기]
475 에드피시움, 길을 찾을 수 없는 미궁의 도서관―남진우,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483 외진 시의 길, 그의 ‘신성’과 ‘흥’―이병일, [나무는 나무를]
490 빛의 망탈리테, 그 양화와 음화―박은정, [밤과 꿈의 뉘앙스]
497 ‘어떤 방식’으로써의 연애의 형식―김효선, [어느 악기의 고백]
503 이응의 세상, 적당하지 않은 명랑의 페이소스―장인수, [천방지축 똥꼬발랄]
508 물활론적 자연관의 출발, 그 깊은 마음의 생태학―김민철, [언젠가 우리에게]
512 낡은 세계에 대한 도전장, 가상현실에서 증강현실로 가는 소규모 팬클럽 반란―서호준, [소규모 팬클럽]
526 가망성, 그 영원한 외출을 감행하는 여자―정영선의 시 세계
542 시, 단일 종을 넘어 육종된 정원수―정지우,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
Author
김윤이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교와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독한 연애』 『다시 없을 말』 『여자와 여자 사이』를, 평론집 『메타버스 시대의 문학』을 썼다. 현재 강사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생활하고 있다.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교와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독한 연애』 『다시 없을 말』 『여자와 여자 사이』를, 평론집 『메타버스 시대의 문학』을 썼다. 현재 강사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