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주저앉아 울고 있습니다. 한때 자기 주위에 존재하던 것을 소중히 여기던, 산골짜기 메아리와 소금사막의 침묵에 귀기울일 줄 알았던 남자였습니다. 그런 남자에게 지구는 온갖 놀라운 이야기들을 전해주었죠. 하지만 언젠가부터 남자에게 지구는 한없이 작고 연약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남자가 꾸던 꿈은 너무 비대해졌는지도 모릅니다. 어느샌가 실체 없던 그 꿈은 멀리 날아가버리고 남자는 자신이 불태운 숲과 검게 더럽힌 바다에 둘러싸여 마치 천년은 산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때 그 옆에서 남자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아이가 그를 일으켜 세웁니다. 아이는 남자의 눈물을 모아 바다를 채웁니다. 아이는 말합니다. 지구는 아주 연약하기에 우리가 필요하다고.
『내가 필요해요』는 우리에게 소중했던, 그리고 여전히 소중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입니다. 그것과 함께했던 우리의 행복한 기억을 되살려주는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또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일수록 가장 연약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러니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Author
아녜스 도메르그,리디 사부랭,장승리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2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습관성 겨울』, 『무표정』, 『반과거』 등이 있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2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습관성 겨울』, 『무표정』, 『반과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