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딱지본 소설에서 ‘새로운 여성’의 목소리를 발견하다!
식민지 청년 여성 ‘춘자’의 이야기, 『비행녀사』
딱지본 소설은 1900년대 초 활자본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나타난 서사물로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표지와 흥미로운 내용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안경호의 『비행녀사(飛行女史)』도 딱지본 소설 중 하나로 1926년 조선도서주식회사(朝鮮圖書株式會社)에서 발행되었다. 두두 딱지 시리즈 1편 『무학대사전』이 남성 인물 무학대사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리즈 2편 『비행녀사』는 여성 인물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모험 서사이다.
『비행녀사』의 주인공 ‘춘자’는 자신의 이름을 ‘춘원’으로 새롭게 바꾼다. 주어진 이름을 넘어서 스스로 이름을 짓는 것은, 여성에게 가해지던 편견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다. 그녀는 결혼을 강요하는 집을 나와서 중국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당시 기술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비행 기술을 습득한다. 춘자는 능숙하게 비행기를 조종하며, 마적의 소굴에 갇혀버린 남성 동료를 거뜬히 구출해낸다. 그뿐이랴. 구습에 절어 남녀차별을 당연시하고, 가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던 남성 인물들을 감화시키기도 한다. 소설 속 춘자의 활약을 보며 당대 대중, 특히나 여성 독자가 열광했으리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 가능하다. 이처럼 『비행녀사』는 100년 전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의 출현 속에서 사람들이 갈망한 새로운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