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소멸의 순간은 탄생보다도 가치 있을 수 있으며,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이었다는 것을”(232쪽)
2032년. 극저온 냉동 수면센터의 책임연구원이던 류요엘은 2년 7개월 만에 냉동 체임버에서 눈을 뜬다. 미래의 의학 기술에 대한 기대로 7년이란 냉동 수면 기간을 설정하고 이미 거액을 지급한 상태였지만, 너무나 일찍 깨어나 버린 것이다. 게다가 탈북브로커까지 고용하며 우여곡절 끝에 남한으로 데려온 12살 남동생 역시 실종 상태.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극비의 공간, 베드퍼드홀에서 잠들어 있던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서남권 거대 복합물류에서 사라진 화물을 추적하던 이들이 발견한 미스테리한 상황, 류요엘과의 접점은? 3,000억 사기 사건의 전말과 함께 그가 깨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시시각각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촬영한 영상과 실종된 동생의 생활보조로봇 밖에 없다. 녹화된 영상 속에 나타난 ‘내’가 말한 “선택”은 무엇일까? 턱 끝까지 쫓아온 죽음 앞에서 행방불명된 동생, 김산을 찾아야 그도 살 수 있다.
이 모든 일은 저명한 생태조류학자였던 아버지 류한조의 죽음 이후 우연히 발견한 지하실에서 시작된다. 요엘은 고인이 되신 아버지의 뜻을 따라 연구를 이어가려던 것뿐이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절실하게 갖고자 했던 것이 없던 그가 왜 광기 어린 집착에 빠지게 된 것일까.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시간에 떠밀리지 않고 오늘을 살아내는 분들께 존경하는 마음을 이 책에 담으려 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 이한칸은 ‘탄생보다도 가치 있는 소멸’에 이르기까지, 시간에 떠밀리지 않고 삶의 모든 순간을 살아내는 모든 이들에게 경이를 보내고자 집필을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살아내는 나날에 대한 감격스러운 환희를 보다 세련된 방법으로 - 속도감 있는 전개, 깊이 있는 질문과 다양한 서사를 통한 플롯 구조로 - 우리가 원해온 ‘가장 완벽한 작별’을 안겨줄 것이다.
Contents
1. 박쥐동굴
2. 베드퍼드 홀
3. 나의 아버지 류한조
4. 잊었던, 있었던 이야기
5. 그 장소, 그 시간, 그 사람
6. 완벽한 작별
작가의 말
Author
이한칸
책과 글을 늘 가까이 두고자 했고 독립서점-슈뢰딩거에서 우겨서 얻어낸 본부장 직함으로 덕업일치의 삶을 꿈꿔왔다. 허름한 공장 한구석, 독서실 한 칸, 고시원 한 평, 내 꿈이 담기지 않은 사무실, 교실의 비좁은 책상과 그 모든 한 칸 남짓한 공간에서 우주만큼 큰 꿈을 갖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흰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 『홀리파크』를 썼다.
책과 글을 늘 가까이 두고자 했고 독립서점-슈뢰딩거에서 우겨서 얻어낸 본부장 직함으로 덕업일치의 삶을 꿈꿔왔다. 허름한 공장 한구석, 독서실 한 칸, 고시원 한 평, 내 꿈이 담기지 않은 사무실, 교실의 비좁은 책상과 그 모든 한 칸 남짓한 공간에서 우주만큼 큰 꿈을 갖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흰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 『홀리파크』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