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여신 이난나

실비아 브린튼 페레라(S. B. Perera)는 래드클리프(Radcliffe)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다음 뉴욕의 융 연구원(C. G Jung Institute)에서 융분석가 과정을 마쳐서 융학파 분석가가 되는 한편 융 연구원의 교수가 되었으며, 현재도 뉴욕과 버몬트에서 정신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페레라는 이 책 이외에도 『희생양 콤플렉스』, 『켈트 여왕 메이브와 중독』 등 주로 여성의 심리에 관한 책을 집필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의 주제가 되는 “여신의 하강” 역시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여성의 모성 콤플렉스가 형성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는데, 여신의 하강은 하늘, 즉 정신, 사고, 이성과 같은 남성적 가치에만 몰두하는 정신이 하부 세계, 즉 몸, 본능, 감정 등 여성적인 가치로 내려가서 고난을 경험하고 새로운 모습을 하고 다시 돌아와 전체성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난나 여신과 비슷한 (하강) 여행을 한 여성들의 사례를 들면서 시공을 초월하는 인간 정신의 원형적인 변환 과정을 설명하고, 여성들이 여신에게로 되돌아가야 하는 이유, 하계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를 이해시킨다. 우리는 일곱 개의 문에서 자신이 걸친 모든 의복과 장식을 내려놓고 끝내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살아나 되돌아 온 여신처럼 자신의 무의식으로 내려가 지금까지 짊어지고 있었던 아버지(가부장제)의 딸로서의 정체성을 내려놓고 해체의 고통과 죽음을 경험해야만 전체성을 이룬 온전한 자기로 되돌아 올 수 있는 것이다. 여성성, 여신의 힘과 가능성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지하에 유배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