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언제나 핑크빛 일색일 수는 없다. 오래전에 헤어진 애인한테 보내버린 ‘뭐해?’라는 문자.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말이 헛나와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던 기억. 우리 모두에겐 자다가도 벌떡 일어서게 만드는 흑역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는 무엇보다 인간적이다. 쪽팔림과 자기 환멸이 교차하는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런 기억들을 소환하는데 ‘연애’와 ‘술’ 만한 것은 없을 것이다.
『연애와 술』은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자 저자 김괜저의 첫 산문집으로, 퀴어인 저자가 사랑과 술에 관해 쓴 에세이다. 이 책에는 스물일곱 편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고, 모든 에피소드의 제목은 ‘나는’으로 시작한다. 어쩌다 까다로운 연애 상대를 만나 평화를 깨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했던 경험이 있다면, 원치 않는 술자리에서 언제 빠질지 옆사람 눈치를 살핀 적이 있다면, 이 책은 나와 당신의 연애사(戀愛史)이며 주사(酒邪)이다. 뾰족뾰족한 문장 대신 동글동글한 문장, 촌스러운 신파 대신 귀여움이 묻어나는 그의 문장을 읽어보자.
Contents
나는 핑클을 좋아한다
나는 술을 따라놓고 마시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캄보디아의 해변에 가본 적은 없다
나는 금강산 관광단지 특산품 전시장에 비밀을 두고 왔다
나는 나의 새엄마다
나는 당신의 입장에 건배한다
나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나는 강남역 하바나몽키에서 유학생이 되었다
나는 핸드백을 만났다
나는 스피크이지를 찾아갔다
나는 하행선 너는 상행선이다
나는 빈 잔을 마셨다
나는 계속 걸을 작정이다
나는 얼굴이 빨개진다
나는 내 팔을 드립니다
나는 유리잔에 홀렸다
나는 유리잔을 모았다
나는 유리잔이 미웠다
나는 체리샴푸 맛을 보았다
나는 헨리에 대한 스무 가지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벽화가 될 뻔했다
나는 흰긴수염고래를 생각한다
나는 아빠의 와인잔을 채운다
나는 그냥 알고 지낸다
나는 결혼식 경력이 충분하다
나는 단골 바가 없었다
나는 어깨춤을 추고 있다
Author
김괜저
안양에 살며 사진, 글, 디자인 등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주로 걷거나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트위터 또는 인스타그램에 있다. 블로그 [괜스레 저렇게]를 운영한다. 텀블벅에서 일한다.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하려고 노력한다. 재미있는 일은 언젠가 완전히 동이 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알고 계시면?이메일을 주시면 좋겠다.
안양에 살며 사진, 글, 디자인 등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주로 걷거나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트위터 또는 인스타그램에 있다. 블로그 [괜스레 저렇게]를 운영한다. 텀블벅에서 일한다.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하려고 노력한다. 재미있는 일은 언젠가 완전히 동이 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알고 계시면?이메일을 주시면 좋겠다.